[내곡동 특검 수사 종료] 김윤옥 여사 “아들 장래 위해” 진술서가 결정적 근거… 편법증여 결론
입력 2012-11-14 22:01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논란은 지난해 10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8개월간의 검찰 수사와 30일의 특검 수사를 거쳐 1년 1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이시형씨를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 가족은 사법처리를 면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가족이 ‘편법 증여’를 했고, 사저 매입 대금 일부에 국가 예산이 쓰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치적·도덕적 책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윤옥 여사, “아들 장래 생각해서…”=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시형씨의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시형씨가 부지 계약 이후 정해진 대로 땅값(11억2000만원)을 부담했을 뿐이고, 계약이나 대출 등이 시형씨 명의로 이뤄진 만큼 단순 명의 수탁자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윤옥 여사 역시 계약 체결에 개입하거나 경호처와 공모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특검팀은 대신 부지 매입 자금의 성격에 주목했다. 시형씨는 김 여사의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 6억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땅을 굳이 시형씨 이름으로 살 필요가 없고 직업이나 연령, 소득(연봉 5000만원) 및 재산 상태(재산이 없다고 진술) 등을 봤을 때 시형씨가 부지를 살 만한 자금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김 여사가 서면조사에서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부지를 ‘이시형’ 명의로 구입했으며 차용한 돈을 아들이 갚지 못하면 논현동 자택 부지를 매각해 변제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을 ‘증여 의사’의 인정으로 봤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평소 차량 구입비, 용돈, 생활비 등을 김 여사에게 지원받아 온 사실도 확인했다.
이 회장이 조카에게 거액을 선뜻 증여했다는 것과 관련, 이 특검은 “가족 간의 관계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진술이 있었고 이 회장에게 그만한 재력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경호처, 검찰서 허위 진술·은폐 시도=경호처는 지난해 5월 25일 땅주인 유모(57)씨와 내곡동 20-17번지 등 9필지를 54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때는 부지 중 시세가 가장 높은 20-17번지에 대한 시형씨 소유 지분이 283㎡(85.8평)였다. 그런데 경호처는 그 다음 달 20일 20-17번지의 시형씨 지분을 330㎡(100평)로 높여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금액(11억2000만원)은 그대로 두고 사저부지에 포함될 필지 면적만 늘려 준 것이다.
심형보(47·불구속 기소)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은 당시 계약 필지별 가격을 산정한 보고서를 작성해 김인종 전 경호처장의 결재를 받고도 검찰 조사에서 “계약 당일 필지별 가격을 임의로 정해 디지털회계시스템에 입력했을 뿐”이라고 허위 진술했다. 심 부장은 이를 감추기 위해 특검팀에 변조·누락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