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위스키 소비 1위 자리 유지할 건가
입력 2012-11-14 18:42
우리나라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7년산 이상 고급 위스키를 가장 많이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2001년부터 11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제주류시장연구소는 지난해 전 세계 고급 위스키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출고량이 69만8000상자(한 상자는 9ℓ 기준)로 1위를 했다고 13일 밝혔다. 미국(47만8000상자)과 중국(23만4000상자)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임을 감안하면 미국(3억명) 중국(13억명)보다 엄청난 소비량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관련 통계 수치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남성의 42.5%와 여성의 13.7%가량이 주 1회 이상 폭음(暴飮)하고, 직장인의 34%가 폭음으로 인한 단기기억상실증을 경험하고 있다. 주폭(酒暴) 신고가 연 36만건에 이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자의 70%가량이 주폭이다. 강·절도, 살인 등 강력범죄 방지 업무에 주력해야 할 경찰력이 쓸데없는 곳에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사상자는 한 해 5만명을 넘어섰다. 음주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0년 15조원에서 2004년 20조원으로 늘었고 지금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이제는 일상화된 폭음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올 연말 송년회부터 술이 없는 회식 문화를 도입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음주 회식보다는 영화·공연 관람과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해 조직원들의 단합을 꾀하는 것이 한 방안일 수 있다. 벌주, 원샷 강요, 사발주 등 음주 악습을 폐지키로 한 삼성그룹의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신입생 환영회나 축제 때마다 술판이 난무하는 대학을 ‘청정 캠퍼스’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주류 광고 제한 및 공공장소 음주·주류 판매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강력한 단속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