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남호철] 트위터 막말
입력 2012-11-14 18:49
대통령선거일이 한 달 남짓 남았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니나 다를까 ‘막말’ 퍼레이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막말은 상대 후보 측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비난은 물론 욕설과 비속어까지 난무할 정도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막말이 여과 없이 쏟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아가 다른 트위터 이용자의 ‘막말’을 무책임하게 리트윗(RT·다른 트위터 이용자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서 재전송하는 행위)해 논란을 빚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책임한 리트윗도 문제
최근 눈에 띄는 막말은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인 김태호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협상과 관련, “국민을 마치 ‘홍어X’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입에 담기 민망한 비속어를 쏟아냈다. 파장을 의식한 듯 곧바로 양해를 구했지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인터넷에서 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리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앞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여성대통령론’과 관련,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생식기’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31일 한 케이블TV 방송에서 “결혼하고 애를 낳아 키워본 적 없는 박 후보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경험한 적 없다. 생식기만 여성”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곧바로 주간 인터넷 핫클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성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부터 “들을수록 한심한 작태, 정신이상에 가까운 분”이라는 듣기 거북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트위터에서도 막말이 잇따랐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월 트위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급사(急死)’를 리트윗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당시 이 리트윗은 실시간으로 수천 명에 이르는 팔로어(트위터 친구)에게 그대로 전파됐다. 이어 김 의원의 팔로어 중 일부가 이를 다시 리트윗해 ‘무한 리트윗’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뒤늦게 사과했지만 문 후보 캠프의 청년특보실장을 사퇴해야만 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내용을 리트윗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 “통합진보당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참여정부 시절 두 번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과 특별 복권을 받았다”는 내용을 리트윗하면서 “이러니 노무현 개XX지. 잘 XX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원색적 표현까지 그대로 인용했다. 파장이 커지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파문은 한동안 이어졌다.
문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해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도둑놈’과 ‘기생충’으로, 검찰을 ‘사이코패스’ 등으로 지칭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교양시민의 품격 보여야
트위터에서 막말이 잇따라 불거지자 각 캠프에서는 “손가락도 조심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다. 문제가 될 만한 과거 SNS 내용을 점검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정치권의 막말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점은 지난 4·11 총선에서 이미 증명됐다. 총선에 출마했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일각에서는 민주당 패배의 결정적인 이유로 지목됐다.
정치인들이 막 내뱉은 수준 이하의 말은 국민들의 무관심과 냉소만 불러올 뿐이다. 리트윗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글이 전파되는 트위터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다. 선동가, 이념가, 무뢰한(無賴漢)이 판치는 막말의 난장판으로 변모하기 전에 SNS를 책임 정치인, 품격 지식인, 교양시민의 ‘민주적 아고라’로 바로세워야 한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