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캠프 협상중단 왜?… 지지율 하락 심란한데 文측 공세에 쌓인 감정 폭발
입력 2012-11-15 00:36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측이 14일 단일화 협의의 잠정 중단을 선언한 표면적인 이유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측과의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있다. 지난 6일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첫 단독 회동을 가진 이후 민주당발(發)로 계속 흘러나온 ‘안철수 양보론’ 등이 여론조사 판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날 출시된 ‘안철수 펀드’를 모금하는 과정에서 “양보한다면서 펀드모금은 사기 아니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친 게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그간 쌓여온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강경 카드를 던진 셈이다.
◇협상 중단 배경=발단은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 때부터였다. 당시 두 후보가 합의한 7개 항목이 발표된 직후 두 캠프는 삐걱댔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이 “새정치 공동선언과 단일화 과정을 함께 협의한다”는 해석을 내놓자 안 후보 측은 즉각 ‘선(先)공동선언, 후(後) 단일화’라며 반박했다. 진 대변인이 “오해였다”고 정정해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8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 익명의 관계자로 보도되고 있다”며 다시 민주당에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문 후보 측 단일화 협상팀원인 김기식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불에 기름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여론조사는 문제가 있다.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방식을 하려면 16일까지는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식발표 외에 언급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깬 것이다. 김 의원은 안 후보 측에 사과해야 했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안 후보와 관련된 마타도어를 퍼뜨린다고 주장한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민주당 내 책임 있는 분들이 두 후보 간에 오가지 않은 얘기를 사실인양 지역에 유포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당원들에게 여론조사 전화 응대법을 지시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이 정당의 조직 동원을 문제 삼는 것은 향후 룰 협상에서 민주당의 국민경선 요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시각도 있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불안?= 안 후보 측의 대응 이면에는 ‘초조함’이 묻어난다. 단일화 룰 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안 후보 지지율만 유지됐다면 민주당이 무슨 행동을 해도 웃으면서 대처했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실제 박 본부장도 아침 조회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면서도 “지금이 위급하고 엄중한 시기인 것은 맞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내에서 두 후보가 함께 새정치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안철수 만의 차별성’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안 후보가 주도했던 정치혁신 의제의 덕을 문 후보가 대신 누린다는 얘기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