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종자연 통해 학내 종교차별 실태조사 강행

입력 2012-11-14 18:21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교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공동대표 박광서)에 맡긴 ‘학내 종교차별 실태조사’를 강행키로 했다. 교계는 즉각 “이번 조사는 정부의 잘못된 평준화 정책으로 촉발된 학생 종교자유 문제를 미션스쿨에 떠넘기고 기독교 신앙교육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면서 “종자연의 조사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전국 미션스쿨에 종자연의 연구용역을 거부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미션스쿨 관계자 등과 15일 긴급회의를 갖고 조사의 실체를 밝히고 엄정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14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9일 국공립학교와 비종교계 사립학교, 종교계 사립학교 등 147곳에 ‘종교차별 실태조사 설문조사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은 안동 영문고, 이화외고, 전주 기전여고 등 미션스쿨이다. 조사는 학교별로 학생 15명을 임의로 선정해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종자연은 설문지에 “종교적 의식이나 교육 등으로 불편했던 점과 그 정도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문 목적을 밝히고 ‘학교에서 종교 교과목 이외의 대체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까’ ‘학교의 각종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까’ 등의 33개 질문을 담았다.

특히 학교 종교교육에 대한 의견을 묻는 답변 4개 중 3개가 ‘종교교육의 선택권을 줘야한다’ ‘어떤 종교교육이나 의식도 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종교만 아니라 모든 종교를 가르쳐야 한다’고 돼 있어 기독교 신앙교육에 대한 부정적 답변을 유도했다.

원광호 대성고 교목은 “미션스쿨의 신앙교육은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가치”라면서 “설문조사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신앙교육의 권리를 철저히 묵살하고 순진한 학생들로부터 ‘미션스쿨이 학생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얻어내려는 종자연의 숨은 의도가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조사 용역을 대한불교조계종의 지원을 받으며 한국교회를 종교편향 집단으로 몰았던 종자연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자연은 고려은단 광고판부터 기도세리모니 논쟁, 대광고 사태, 공직자 종교차별 논란, 사랑의교회 건축문제 등에 개입해 부정적 여론을 부추겼다. 특히 연구용역 책임자는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대광고 사태 때 강의석씨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했던 종자연 전문·지도위원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조사과 관계자는 “학생이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종교행사와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이것은 종립학교가 학생에게 대체과목을 선택할 권리를 주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미션스쿨만 조사하는 것도 아닌데 한국교회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면서 “종자연이라는 단체보다 설문 내용을 좀 보라”고 반박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