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칼이 온다’로 스크린 데뷔 JYJ 김재중 “막상 가본 촬영현장 정말 살 떨렸어요”

입력 2012-11-14 10:52


‘신인 배우’ 김재중(26)을 만났다. 한류 스타로서의 화려함과 열성적인 팬덤은 잠시 뒤로 했다. 오롯이 이제 막 영화를 시작한 배우로서 ‘긴장하고 있는’ JYJ의 김재중과 마주 앉았다. 1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진지했지만 가끔 장난기도 숨기지 않았다.

영화 ‘자칼이 온다’(감독 배형준)는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 여성 팬을 몰고 다니는 안하무인 톱스타와 그를 없애버리겠다며 나타난 얼치기 킬러의 수상한 납치극이다. 15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가수 겸 연기자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스타 최현 역을 맡았다. 실제로도 톱스타여서일까. 연예인병에 단단히 걸린 역할을 능청스럽게 잘 해냈다는 평이다.

앞서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와 ‘닥터 진’에서는 각각 그룹 본부장과 포도청 종사관 역할을 했다. 품격 있고 무게를 잡는 역이었다.

“연기를 시작한 후 영화를 빨리 찍고 싶었어요. 선배들이 영화야말로 배우의 재능과 연기력을 집중해서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했거든요. 마침 원하는 역할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또 폼 잡아야 하면 두려웠을 텐데 이번엔 망가지는 역이라 더 좋았죠. 같은 소속사 송지효 선배가 먼저 캐스팅되어서 더 좋았고요.”

그런데 막상 가본 영화 촬영 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정말 살 떨리게 하는구나 싶었어요.” 킬러 역의 송지효는 몸을 너무 써서 고생, 김재중은 몸을 너무 못 써서 고생이었다. 킬러에게 납치당하는 설정 상 김재중은 영화의 대부분을 밧줄이나 테이프에 몸이 묶인 채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촬영이 잠깐 비는 시간에 쉬는 게 꿀맛인데 저는 계속 묶여있는 역할이다 보니 쉴 때도 풀지를 못했어요. 바로 다시 묶어야 하니까요.”

당시 드라마 ‘닥터 진’도 촬영 중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아버지 앞에서 계속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7시간 내내 무릎을 꿇고 있던 날도 있어요. 그러다가 다음날 영화 촬영장에서도 계속 묶여있어야 해서 정말 힘들었지요. 16시간을 계속 묶여 있은 적도 있어요. 그렇게 두 달 정도를 찍었지요.”

현장에서 한 스태프가 다가와 “진짜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말했을 땐 울컥하기도 했다. 부작용도 심했다. 밧줄에 묶인 부분엔 멍이 들고, 테이프로 묶인 곳은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렇게 고생스럽게 데뷔작을 찍고 결심했다. “영화를 다시 해 보겠다”고.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해서 힘들었는데 다음엔 영화만 집중해서 해보려고요.” 다음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번엔 킬러 해 볼까요”라며 웃었다. 멜로영화 출연도 좋고 사이코 패스 역할도 하고 싶다.

극중 한류 스타 최현은 매니저를 갈구고 팬들을 무시하는 ‘왕싸가지’. 김재중은 “실제 제 모습은 최현과는 정반대”라며 웃었다.

최현은 데뷔 전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역시 그런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 빼고 다했어요. 치킨 배달, 편의점 아르바이트, 영화 엑스트라, 공사판 일 용역까지 다 해봤지요.” 뜻밖의 대답이다.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3년 동안은 매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였다. 열여섯 살에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가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동방신기로 데뷔했다. 인기 절정에 있을 때 팀이 해체되면서 김준수 박유천과 함께 소속사를 옮겨 JYJ라는 팀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는 소송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SM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출연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그래서일까. JYJ 멤버들은 각기 가수 외에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박유천은 드라마에서, 김준수는 뮤지컬에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김재중은 “저는 연기로 승부를 보고 싶다. 좋은 눈을 갖고 좋은 작품을 만나 열심히 하면 잘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영화배우로서 새로운 삶에 도전한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물었다. 별 고민 없이 답변이 돌아왔다. “일 끝내고 다음날 스케줄 없어 편하게 야식 먹을 때요. 곱창이나 닭발을 좋아해요.” 그 순간만큼은 ‘레이저 눈빛 발사’라 불리는 강렬한 눈빛도 없었다. 한류 스타라는 짐을 내려놓은 스물 여섯살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