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첫 공포 스릴러 ‘장화 홍련’ 선보인다… 국립창극단 11월 27∼30일 공연

입력 2012-11-14 18:14


“관객이 외면하는 창극을 만들면 안 된다.”

올 초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김성녀(62)씨의 일성이다. 보고 싶어지는 창극, 논란이 되는 창극을 해볼 순 없을까. 한껏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창극단에 재능 있는 배우가 많다는 것도 널리 알릴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장화 홍련’은 이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고전소설을 토대로 했지만 배경은 현대이고, 창극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공포 스릴러다. 국립창극단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작품이다.

2001년 연극 ‘배장화 배홍련’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태숙(62) 연출가와 정복근(66) 작가가 창극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창극 ‘장화 홍련’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현대인의 이기심과 무관심이다.

공원과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전원주택에 사는 한 가정. 두 자매인 장화와 홍련은 유학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다른 가족의 고통을 감지하지 못한 자매. 아버지는 현실감각이 없고 무능하다. 두 자매를 사랑으로 키웠으나 결국 이들을 죽이게 되는 계모 허씨. 누나들에 대한 질투심과 허영심 때문에 인면수심이 되는 철없는 동생. 그리고 옆집에서 살인이 일어났는데도 너무나 무관심한 주변 사람들.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애당초 구분할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모르지요”라는 파출소장의 대사가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연출의 포인트는 무대 장치다. 연출가 한씨는 “객석 627석을 무대 위로 올렸다. 객석이 무대의 양 옆과 뒤편을 둘러싸는 형식이다. 원래의 객석은 두 자매가 수장된 호수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관객이 연극처럼 바로 앞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감상할 수 있게 꾸민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음악. 소리의 맥을 짚어주는 고수의 북장단이 아예 사라진다. 판소리에서 고수가 없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 왕기석(49) 명창은 “엄청난 도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작곡가 홍정의(30)는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간결한 소리를 만들어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성공 가능성은 반반. 기존의 창극마니아는 ‘이게 뭐지?’ 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창극으로도 이런 게 가능하구나’ 할 것이다. 결과가 궁금하다. 27∼3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02-2280-4115).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