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지금 대선 현장에선] 朴 ‘돈 크라이 마미’ 보기로 한 까닭은…

입력 2012-11-14 19:20


12일 저녁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가 열렸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진보정의당 심상정, 통합진보당 이정희 등 야권 대선후보들이 총출동했다. 영화는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간 고문당한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 감독은 김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읽고 제작을 결심했다.

야당 인사로 가득한 시사회장에서 유일한 여당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었다. 유신 시절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고문당한 피해를 증언하며 잠시 영화에 등장한 인연으로 참석했다. 민주당과 두 진보당, 무소속에 새누리당 친이명박계까지 국회 의석을 가진 정치세력은 다 모인 자리에 박근혜 후보만 빠졌다. 정 감독이 “대선 주자 중에도 꼭 보면 좋겠다”고 했던 박 후보는 광주에 내려가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로 곤욕을 치른 터라 이 영화에 담긴 정치적 함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전두환 정권이지만 인권 탄압을 생생히 보여주는 잔혹한 고문 장면은 민주주의 후퇴라는 박정희 시절의 어두운 그늘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박 후보는 대신 20일 다른 영화 시사회에 가기로 했다. 그가 고른 작품은 ‘돈 크라이 마미’. 여고생 딸이 성폭행당한 뒤 자살하자 엄마가 가해자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범죄의 미성년 가해자 처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장애인 어린이 성범죄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켰던 ‘도가니’의 뒤를 이을 ‘제2의 도가니’란 평가를 받는다. 박 후보는 ‘여성 대통령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영화 관람을 통해 여성 후보인 그가 누구보다 성범죄에 분노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적임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남영동 1985’와 ‘돈 크라이 마미’는 22일 나란히 개봉한다. 두 영화의 흥행 성적이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힌트가 될 수 있을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