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8) 마취 없이 자행되는 아프리카 여성 할례
입력 2012-11-14 18:33
연간 200만명 소녀가 심신 찢기는 고통
“그땐 아무것도 몰랐어요. 어른이 되려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건지 알았지요.”
소말리아 실바사이 지역에 사는 티지스(17)는 13세이 되던 해 태어나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었다. 부족 풍습에 따라 성기의 일부를 잘라내는 여성 할례를 받았던 것이다. 여러 사람의 경험을 통해 할례의식이 고통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실제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엄마가 제 손을 꽉 잡아줬어요. 제 몸의 모든 부분이 부들부들 떨리고 죽고 싶었어요. 통증으로 떨리는 몸을 사람들이 꼭 붙잡았어요….”
상처가 낫자마자 티지스는 바로 시집을 갔다. 대부분이 여자아이들이 그러한 것처럼 티지스는 할례를 받은 후 학교도 그만뒀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집은 너무 가난했고 하루 한 끼로 연명했다. 어머니는 오히려 티지스가 빨리 시집을 가는 게 딸의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티지스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무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결혼이 너무 싫어서 저는 결혼식 때 집 창고에 숨어 있었어요. 그러나 남편이 저를 찾아냈지요. 울면서 결혼을 했어요.”
결혼 후 1년 만에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출산 당시 티지스는 사투를 벌여야 했다. 여성 할례를 받으면서 꿰맸던 성기 부분이 곪으며 더욱 끔찍한 진통을 겪었다. 두 번째 아이가 몸에서 나오는 순간 의식을 잃었고 다음 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다들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했다.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어린 나이에 이렇게 그녀는 엄마가 됐다. 그 이후로 몸이 급격하게 약해져 외출이 거의 불가하다고 했다. 여전히 소변을 보거나 생리 때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문제는 아프리카에는 티지스처럼 여성 할례로 고통을 겪는 어린 소녀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 할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FGMC(Female Genital Mutilation and Cutting)’는 0∼13세 사이 여성의 외부생식기 대부분을 제거하거나 절단 후 순결을 위해 실로 봉쇄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마취 없이 진행되기에 신체를 훼손하고 몸과 정신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시술에 사용되는 칼과 바늘 역시비위생적이다. 이 때문에 시술 이후 후유증을 겪는 이들도 많고 잘못될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여성 할례는 주로 이슬람 신앙을 가진 나라들에서 행해지지만 이슬람에 국한된 관행은 아니다. 매일 약 6000명, 연간 200만명의 전 세계 소녀들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생명을 걸고’ 고문과 같은 여성 할례를 받고 있다.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나일강 계곡 유역과 시에라리온 등 사하라사막 인근 일부 부족 단위로 이 관습이 존재한다. 특히 여성의 90%가 여성 할례를 경험하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이슬람교도뿐 아니라 일부 기독교도, 유대교도들도 관습을 지킨다. 여성 할례를 받고 강제 결혼을 피해 도망쳤던 소말리아 출신 슈퍼모델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 역시 영화 ‘사막의 꽃’(Desert Flower·2009년)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바 있다.
소말리아월드비전 제바 엠부비 간사는 “영적으로 정결케 된다고 믿기 때문에 FGMC 시술을 받지 않으면 불경하거나 불결한 여성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뿌리박힌 인식도 이 관습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 월드비전에서는 여성할례 철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글=김효정 간사(한국월드비전 홍보팀)
사진=제바 엠부비(소말리아월드비전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