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겉모습보다는 본질을

입력 2012-11-14 18:14


지난 11월 11일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빼빼로데이’였다. 빼빼로데이 열풍은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 9∼11월의 빼빼로 매출이 한 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이날에는 원조 빼빼로 외에도 재미와 기쁨을 더하는 다양한 막대과자들도 판매된다. 이제 11월 11일에 막대과자를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평소 인간관계마저 의심받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대목을 놓칠 수 없는 상점들은 11월이 되기 전부터 온갖 종류의 막대과자를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잡아끈다. 하지만 상점을 가득 메운 막대과자를 보고 있자면 가끔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막대과자 하나에 1만원을 호가하고 바구니처럼 포장이 된 세트는 몇 만원을 호가한다. 1000원짜리 빼빼로 두 개를 넣고 곰인형과 초콜릿을 넣어 5만5000원에 파는 세트도 있었다. 실제 빼빼로를 빼고 나면 장식용 물품만 5만3000원인 셈이다. 이런 바가지 상품에 불만이 생긴 사람들은 마침내 1000원짜리, 1만원짜리, 5만원짜리 지폐들을 막대과자처럼 말아 만든 현금 막대과자까지 패러디로 만들었다.

이처럼 고가의 선물들을 주고받다 보니 정작 이날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록 이날의 유래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90년대 부산지역 여중생들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의미로 막대과자를 주고받았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든간에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것은 결국 과자회사의 마케팅이다. 과자회사는 서로 우정과 사랑을 나누자는 마케팅으로 고가의 선물을 당연히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선물을 사긴 사지만 결코 순수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없는 불편함을 만들었고, 선물의 종류와 가치에 따라 우정과 사랑이 흔들리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커플이나 친구들 중에는 이날 주고받는 선물의 가치에 따라 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결국 오늘날의 빼빼로데이에서 우정과 사랑이라는 본질은 외면당한 채 선물이라는 겉모습만 남게 되었다.

빼빼로데이의 비극은 오늘날의 교회에도 이어지고 있다. 교회력에 의하면 돌아오는 주일이 추수감사절이다. 그래서 상당수 교회들은 돌아오는 주일에 추수감사절을 보내게 될 것이다. 또한 한 달 뒤에는 성탄절도 다가온다. 연이어 있는 신앙의 기념일들을 맞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념일이 갖는 본질적 의미다. 추수감사절은 하나님께서 한 해 동안 지켜주신 것에 감사하는 날이고, 성탄절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이 땅에 오심을 감사하는 날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경우 교회들마다 행사 준비에 온통 정신이 팔려 기념일의 본질적 의미를 놓치는 것을 보게 된다. 기념일 행사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행사가 드러내야 하는 본질적 의미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의 기념일들이 빼빼로데이의 비극을 맞지 않기 위해 우리의 마음부터 아름답게 단장해보자.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