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 콘크리트 벽에 시신이…
입력 2012-11-14 01:10
단란주점 인수 문제로 다투다 주점을 넘긴 70대 전 주인을 살해한 뒤 주점 벽에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13일 단란주점 인수 잔금 문제로 시비 도중 단란주점 전 업주를 살해해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박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6시쯤 성남시 신흥동 자신의 지하 단란주점에서 주점을 넘긴 송모(78)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송씨를 밀쳐 넘어뜨렸다. 박씨는 송씨 목을 졸라 살해했다. 박씨는 다투는 과정에서 송씨가 자신의 동거녀 김모(42)씨를 욕하는 데 격분했다.
박씨는 송씨 시신을 가방에 담아 8일간 주점 다용도실에 숨겨놓고 버젓이 영업을 했다. 그러나 종업원들이 악취가 난다고 호소하자 인터넷을 통해 시신이 들어갈 만한 비닐가방을 구입, 시신을 옮겨 담았다. 그리고 시신을 다시 나무상자에 담아 못질을 해 봉합하고 실리콘으로 나무상자의 이음매를 봉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박씨는 “방수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며 휴대전화로 방수 설비공 2명을 불러 주점 무대 옆 벽면에 나무상자를 세워놓고 벽돌과 콘크리트로 덮는 미장공사를 했다. 박씨는 송씨 시신을 암매장한 뒤 두 달 동안 태연히 단란주점 영업을 했다. 또 송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송씨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분당 야탑에서 송씨 행세를 하며 주점 건물주와 통화를 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성남시 성남동에서 송씨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통화 직전 끊었다.
그러나 박씨의 이런 행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송씨의 며느리가 지난달 10일 시아버지가 연락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이 송씨의 행적 추적에 나섰다. 송씨 주변인을 조사하던 경찰은 송씨가 5월 17일 단란주점을 넘긴 박씨의 행적과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에 수사를 집중했다. 박씨 휴대전화에서 방수 설비공 업체 번호가 찍힌 것을 수상히 여기고 13일 오전 박씨를 추궁,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박씨는 경찰에서 “송씨로부터 단란주점 인수 과정에서 인수대금 4500만원 중 2500만원만 줘 잔금 문제로 다퉜다”며 “당일 잔금 1700만원을 넘겨주려고 했는데 송씨가 단란주점을 함께 운영하는 동거녀에게 욕을 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동거녀 김씨는 함께 범행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단란주점에서 송씨의 시신을 발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성남=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