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무상보육 확대는 실현 불가능 정책”
입력 2012-11-13 22:04
심각한 재정난으로 무상보육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렸던 서울 자치구들이 내년도 보육 관련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자치구들은 여야의 경쟁적인 무상보육 확대 주장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13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년도 보육관련 예산을 올해 수준인 2470억원으로 동결하고 정부의 소득 하위 70% 보육료 지원에 따른 자치구 추가분담금 930억원은 확보가 어려워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무상보육 예산의 국고 지원을 촉구했다.
따라서 2013년도 무상보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무상보육 사업은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내년도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하는 대신 0∼2세 영유아가 있는 소득 하위 70% 가정에 대해서만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는 여전히 무상보육 예산 확대를 강력히 주장하는 상황이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자치구에 대한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기준보조율을 현행 2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라”고 당정에 요구했다. 또 “정부가 자치단체와 사전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 보육정책으로 지방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3년간 세입이 0.59% 감소하는 상황에 사회복지비는 34.6% 증가해 사회복지비 비중이 총예산의 46.1%에 달하는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정부 정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재정난은 지난해 말 국회가 지자체 예산 편성이 끝난 상황에서 0∼2세 무상보육안을 통과시킬 때부터 예견됐었다. 자치구들은 갑자기 늘어난 보육시설 수요와 추가분담금 129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예산 부족분을 카드 대납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일부 자치구는 보육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업무추진비와 직원후생복리비 등을 동결·삭감하기도 했다.
한 구청장은 “보육정책은 본래 중앙정부 사업인데 정부가 이를 지자체에 이양하는 과정에서 재원은 마련해주지 않고 책임만 전가해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재정 형편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강남구는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의 자치구 추가분담금을 제외한 무상보육 예산의 추가분담금만 갖고 성명을 발표한 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며 이날 성명서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