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주민들 “차라리 분리독립”

입력 2012-11-13 18:59

미국 텍사스주 깃발 이름은 ‘외로운 별(Lone Star)’이다. 50개 주를 나타내는 50개의 별이 박힌 미합중국의 성조기와 달리 별이 하나밖에 없다. 1835년 당시 멕시코 땅이던 이곳에 이주한 백인들이 멕시코군의 공격을 받고 미 연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미국이 10년 뒤 이 땅을 합병했지만 텍사스인들은 아직도 주 깃발을 성조기보다 애지중지하고 있다. ‘미국인’보다 ‘텍산(Texan)’임을 내세운다.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 연방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더불어 독립심이 텍사스 주민들에 다시 도진 것일까.

텍사스 주민들은 주를 분리독립시켜주고 새 정부 설립을 인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백악관 웹사이트에 올렸다. 서명자가 2만5000명이 넘었다. 이 수치가 넘을 경우 백악관이 답변할 의무가 있다. 인근 루이지애나주도 2만5000명이 넘었다. 물론 백악관이 청원을 들어줄 가능성은 제로다.

그럼에도 분리독립 청원은 이들 2개 주뿐 아니라 앨라배마 아칸소 테네시 뉴욕 플로리다 등 모두 20개 주로 번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청원을 낸 주민들은 대선에서 밋 롬니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주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경합주와 민주당 지지주에 사는 사람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미국 독립선언문에 명시된 자유와 행복추구권, 정부를 구성할 권리 등을 강조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일부 미국인들이 ‘분리독립’이라는 과격한 청원서를 낸 데는 급격히 변화하는 미국사회에 대한 실망감과 소외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선거에선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재선과 함께 일부 주에서 마리화나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교회와 가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선거 자원봉사를 맡았던 공화당 지지자는 “앞으로 인생에서 공화당 대통령을 볼 일이 없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WP는 “오바마의 말대로 국가가 ‘앞으로(forward)’ 나간다면, 60%의 유권자가 롬니를 지지했던 주와 70%가 지지했던 소도시, 80%가 지지했던 마을의 믿음이나 가치와는 더욱 멀어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