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2부) ‘중국호’ 이끌어갈 5세대 지도부] ② 베이징대 법학과 출신 리커창
입력 2012-11-13 21:21
지방 관리 아들 리커창, 13억 대륙의 ‘빅2’ 되다
“나는 베이징 대학의 정신과 기개를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 내가 훗날 정치인이 돼 천리(天理)와 양심을 거스른다면 학우 여러분이 나를 비판해 달라.”
천안문(天安門) 사태를 주도한 죄로 복역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대만에 머무르고 있는 왕쥔타오(王軍濤)는 리커창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다.
리커창이 베이징대 법학과에 다닐 때 왕쥔타오는 기술물리과 학생이었다. 학생회장으로 활동한 리커창은 명연설로 동료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왕쥔타오는 “관료주의를 아주 싫어했던 리커창이 공산당 간부로 있다는 게 놀랍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커창은 중국 지도자 중 제대로 공부한 인물로 꼽힌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땄다. 그의 전공은 당 고위 간부 상당수가 이공계 출신이어서 더욱 대비된다.
그는 문화혁명 동안 중단됐던 대학입시가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부활된 뒤 처음으로 시험을 거쳐 1978년 베이징대에 들어갔다. 그 전에는 공농병(工農兵·노동자 농민 군인) 중에서 당의 안배로 학생을 뽑았다. 당 총서기에 곧 오를 시진핑(習近平)이 이 케이스로 칭화대에 입학했다.
1982년 우수 졸업생으로 법대를 마친 뒤 미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베이징대 당부서기 마스장(馬石江)이 붙잡았다. 이에 유학을 단념하고 베이징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서기를 맡았다.
그 뒤 1983년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였던 후진타오(胡錦濤)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뛰어든다. 공청단 중앙서기처에서 후보 서기로 일하게 된 것이다. 38세 되던 1993년에는 장관급인 공청단 제1서기에 올랐다.
리커창은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후진타오와 동향이다. 여기에다 같은 공청단파여서 후진타오와 스승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한 관계가 됐다. 두 사람은 사적인 자리에서 서로 ‘커창’ ‘진타오’로 호칭할 정도다.
그의 고향인 안후이성 딩위안(定遠)현 주쯔(九梓)향은 아주 가난했다. 리커창 아버지 리펑싼(李奉三)은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공부를 해 안후이성 펑양(鳳陽)현 현장을 지냈다.
리커창은 안후이성 명문인 허페이(合肥) 8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문혁 와중이어서 학교 수업은 중단됐다. 이에 부친의 뜻에 따라 안후이성 문사관(文史館)에서 일하는 리청(李誠) 선생의 제자가 됐다. 이때 사기, 한서, 자치통감 등 고전을 익혔다.
1974년, 19세의 리커창은 고교를 졸업하고 마오쩌둥이 주도한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가 배우라”는 ‘상산샤샹(上山下鄕)’ 대열에 뛰어들었다. 펑양현 다먀오공사(大廟公社) 둥링(東陵)대대 생산대로 가서 3년간 농민이 됐다.
중국공산당 5세대 지도부는 거의 모두 농촌에서 생산대에 입대한 경력이 있다. 시진핑이 그랬고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에 있었다.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은 장쑤성 다펑농장에서 4년간 노동했다. 이에 따라 5세대 지도부가 가난한 기층민중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리커창은 1998년 43세의 나이에 허난(河南)성 대리 성장 겸 부서기로 임명된 뒤 다음해 최연소 성장 기록을 세웠다. 낙후한 경제를 크게 끌어올린 공로에다 후진타오의 배려로 2004년 랴오닝(遼寧)성 서기로 옮겨갔다.
그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시진핑보다 먼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7년 10월 17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에게 밀리면서 대권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비운의 황태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홍콩을 방문했을 때는 영어로 연설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서 영어가 유창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리커창 부인은 베이징 수도경제무역대 외국어과 교수 청훙(程虹·55)이다. 중국 내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전문가로 꼽힌다. 고급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중국연초전매국 부국장인 리커밍(李克明)은 이복 남동생이다. 누나 리샤오칭(李曉晴)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위원회 안후이성 정보센터 주임을 맡고 있다. 최근 리커창이 내년 3월 총리에 취임하면 연초관리감독 업무를 하는 리커밍과 이해 상충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