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뚫고 빚어낸 찬란한 하모니 세상 살아갈 용기·소명 얻었습니다”… ‘2012 실로암콘서트’

입력 2012-11-13 20:57


“음악은 제 삶에 큰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음악으로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연주가가 되고 싶어요.”

지난 3월부터 서울 은천동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사장 김선태 목사) 실로암장애인음악재활센터에서 플루트를 배우고 있는 김소영(42·여·시각장애인 1급)씨는 20세 때부터 점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씨는 요즘 하루 4시간 이상 플루트 연습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기쁨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9세부터 73세까지 단원들 다양

그녀는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서 열리는 ‘2012 실로암 콘서트’에 출연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뮤지컬 ‘캣츠(Cats)’에 나오는 ‘메모리(Memory)’를 멋드러지게 연주할 예정이다. 진지하게 플루트를 연습하는 김씨의 표정에서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합창단에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김씨는 “예전부터 악기 하나쯤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장애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시간 시간이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값진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열리는 콘서트는 18명의 시각장애인 수강생들이 주인공이다. 완벽한 연주는 아니지만, 성취감을 높이고 그로 인해 음악적 역량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자리이기에 의미가 크다. 장애 유형도 다르고 9살부터 73살까지 나이차도 다양한데 서로의 소릴 잘 들으며 맞춰간다는 것이 이은혜 시각장애인음악재활센터 소장의 자랑이다.

이 소장은 “가장 뿌듯한 변화는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이유와 사명을 발견했다는 것”이라며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고 밝혔다.

화음 맞추며 긍정적 사고 배워

한 곡 들려 달라는 요청에 키보드에 맞춰 곡을 고르는 시각장애인들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흥겨운 리듬에 몸까지 흔들어대며 연달아 노래와 연주를 뽑아낸다.

강북에서 지하철을 타고 베이스 기타를 배우러 오는 고경범(30)씨는 시각장애인인데다 말주변도 다소 부족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성격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회복됐다. 수강생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최정규(73)씨는 플루트를 배우면서 호흡이 많이 좋아지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실로암, 20개 음악프로그램 진행

실로암장애인음악재활센터 시각장애인들은 이날 무료 콘서트에서 ‘사랑은 오래참고’ ‘청산에 살리라’ ‘하나님의 어린 양’ ‘Butterfly’ ‘Lately’ 등 유명한 곡들을 연주한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외에도 색소폰 연주자와 기타 드럼 등 밴드도 참가해 흥겨운 무대를 선사한다. 또 SBS ‘K-Pop’에 출연해 감동의 무대를 연출했던 시각장애인 김수환씨와 KBS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시각장애인 윤종배씨도 참가해 공연장의 열기를 북돋울 예정이다.

실로암장애인복지관은 보건복지부의 후원을 받아 올 초부터 시각장애인음악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음악적 재능을 발굴하고 전문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점자악보를 제작·보급중이다. 또 효명음악아카데미도 개설해 피아노와 성악, 플루트, 바이올린, 색소폰, 기타, 드럼, 보컬교실 등 20개의 음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김미경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장은 “이 무대를 빛내기 위해 비장애인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용기가 필요했다”며 “앞으로도 장애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발판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