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시형씨 빼고 4∼5명 기소할 듯
입력 2012-11-13 18:34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를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사건의 실체를 ‘이 대통령 내외의 편법 증여’로 결론 냈지만, 법리나 증거 관계를 따졌을 때 대통령 가족을 사법처리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13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방향을 놓고 장시간 격론이 오가는 회의를 거듭했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시형씨 등 7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실제 기소 대상자는 이보다 2∼3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형씨의 경우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나 배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씨 명의로 부지 계약과 농협 대출 등 자금 조달이 이뤄졌고, 이자·세금도 시형씨가 낸 것으로 돼 있는 만큼 ‘명의 수탁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탁자에 해당하는 김윤옥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만 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배임 혐의 역시 시형씨가 부지 계약이나 공유필지 지분율 선정에 사실상 관여한 바가 없다는 측면에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편법 증여에 따른 세금 탈루 혐의는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시형씨가 땅을 사면서 실질적으로 자기 돈은 전혀 들이지 않았고, 재산 등을 볼 때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특검팀이 바로 기소할 수 없고, 추징 세액 등을 감안했을 때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검팀은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 부지 매입 실무자 김태환씨, 경호처 시설관리 부장 심모씨의 경우 국가에 9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지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조작한 의혹이 있는 경호처 직원 2명은 공문서 위·변조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형씨가 내야 할 복비 1100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진 경호처 경리부장의 경우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지만, 경호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지 않아 기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땅값 송금 등에 개입한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세욱(58·수감 중) 전 행정관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다만 특검팀 내부에서도 시형씨 등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놓고 일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막판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한편 특검팀은 시형씨의 검찰 서면답변서를 대신 써 준 인물이 당시 청와대 민정1비서관실 J선임행정관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