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이중수사 대립] 자료 사전 축적한 檢 몰아치기 수사… 경찰은 주춤

입력 2012-11-14 01:09

검찰은 언제부터 서울고검 김광준(51) 부장검사의 비리를 알고 있었을까. 검찰은 이달 초부터 감찰을 통해 수사에 준하는 자료를 축적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수창 특임검사가 김 검사 사건을 ‘일사천리’로 수사하는 배경이다. 반면 경찰은 몇 달 전부터 김 검사 관련 의혹을 조사해왔지만 특임검사 지명으로 검찰에 사건 주도권을 빼앗긴 모양새다.

◇검찰 ‘일사천리’=검찰은 이달 초 ‘경찰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은닉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현직 검사들이 연루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김 검사의 차명계좌로 알려진 최모씨의 계좌에 조희팔의 측근 강모씨의 자금 일부가 유입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고, 그 내용이 검찰에도 알려진 것이다. 해당 계좌로 돈을 보낸 다른 검사 3명의 실명도 나왔다고 한다.

대검 감찰본부는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 개시 전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신속한 감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와 관계자들을 불러 사건 경위를 듣고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김 검사는 이 과정에서 “문제될 것 없는 돈 거래인데 매우 억울하다”는 취지로 소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 감찰본부는 김 검사의 혐의에 범죄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체제 전환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김 검사 의혹이 지난 8일부터 언론에 보도됐고, 검찰은 9일 오후 특임검사를 전격 지명했다. 감찰본부는 곧바로 특임검사팀에 감찰 자료를 넘기고 감찰과 소속 정희원, 서정식 검사를 특임검사팀에 파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특임검사의 수사 속도는 최소 1주일 전부터 수사 수준의 자료가 축적되지 않으면 진행하기 힘든 형태”라며 “감찰본부에서 매우 상세한 자료를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주도권 뺏긴 경찰=검·경 이중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경찰은 특임검사팀이 손대지 않는 부분만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인권침해 우려를 고려해 특임검사팀이 수사하지 않는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하겠다”며 “특임검사팀에서 조사한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소환조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검사와 함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검사 3명에 대해서도 소환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과 검찰이 동시에 김 검사 비리 의혹 수사를 벌이면서 이미 경찰 조사를 받은 참고인들이 다시 검찰에 불려나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한 피의자성 참고인 10명 정도가 이중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소환된 참고인들이 경찰 소환에는 불응하는 상황도 생기고 했다. 김 검사에게 돈을 준 유진그룹 관계자는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다가 이중수사를 이유로 나가지 못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 검사가 2009년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근무할 당시 사건 피의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편의를 봐준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검사의 차명계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천만원이 고소사건 피의자 명의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 대가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검·경은 15일 열릴 비공개 수사협의회에서 이중수사 문제를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법에 따른 검찰 지휘권을 주장하고, 경찰은 독자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상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