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부풀린 국산·수입車 더 있어… 정부는 “쉿”

입력 2012-11-14 09:00

공인연비 과장 문제로 논란이 된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국내에서 제작되는 다른 자동차와 수입 차량들도 공인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만 뭇매를 맞고 있지만 외제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계의 파장을 우려해 연비가 과장된 자동차 제조사와 모델을 공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외제차도 연비 과장=국민일보가 13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입수한 ‘2012년 공인연비 사후관리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은 현대·기아차 9대를 포함해 올해 생산된 차량 총 21대에 대해 사후 연비측정을 실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9대의 연비 측정 결과 5대의 연비가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일보 11월 9일자 12면).

에너지관리공단은 현대·기아차 이외에 르노삼성 2대, 쌍용 1대, 한국지엠 3대에 대해 연비검증을 했다. 또 수입차 중에는 벤츠, BMW, 크라이슬러, 포드, 도요타, 혼다 등의 차량 각 1대씩이 연비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이들 9개 자동차 제조사 차량 12대 가운데 연비측정 결과가 공인연비에 못 미치는 차량은 7대였다. 연비가 과장된 차 중에는 외제차도 포함된 셈이다.

연비 마이너스 오차율이 4% 이상 나는 차량은 3대였다. 이들 차량의 측정연비는 ℓ당 500∼600m 정도 공인연비보다 적었다. 특히 D 차량은 공인연비는 13.3㎞였지만, 측정연비는 12.7㎞에 불과해 마이너스 오차율 4.43%로 가장 컸다. 공인연비가 15.1㎞인 F 차량도 측정연비는 14.5㎞에 그쳐 연비 오차가 ℓ당 600m나 됐다. 그 외 연비 오차율이 마이너스 3%대인 차량이 1대, 마이너스 2%대를 기록한 차량이 각 1대였다. 나머지 2대 차량은 마이너스 1%대의 연비 오차율을 보였다.

◇정부, 연비과장 자동차 제조사 및 모델 공개불가=현대·기아차 외에 국내에서 제작되는 다른 브랜드 차량과 수입차들에서도 연비 과장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똥은 다른 업체로까지 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평균 3%의 연비를 과장해 미국에서 대규모 보상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국내에 있는 차량들에 대해서도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연비검증 차량의 제조사와 모델명 공개를 거부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연비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공개될 경우 산업계의 파장이 우려돼 밝히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에 측정연비 공개를 강제할 근거도 없다. 현행 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 측정 및 등급표시 등에 관한 규정은 연비 측정 결과 두 차례 연이어 공인연비보다 5% 이상 낮게 나올 경우에만 공인연비를 재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측정연비 공개에 관한 규정은 없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전까지 사후 측정 연비 정보를 요청한 곳이 없었고 공개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는 “차를 소비하고 타는 것은 정부가 아니고 소비자”라며 “소비자는 연비정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또 “지경부가 업체를 두둔하며 연비검증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난 1일(현지시각) 차종별 90여개 모델의 연비 조정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노용택 김유나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