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野 단일화 열쇠 쥔 호남 票心… 文의 무서운 뒷심 安심못해
입력 2012-11-13 21:38
대선 36일을 앞둔 13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향한 호남 민심은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않았다. 안정감을 내세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듯하면서도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 열기도 상당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DJ(김대중 전 대통령)맨’ 한광옥 당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김경재 국민대통합위 특보 등을 영입한 것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광주 상무지구 신도시에서 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는 이모(62)는 “지금이야 사람들이 안철수, 안철수 하지만 속으로는 다 문재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걸로 단일화가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한 김동수(71)씨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조직 아니겠느냐. 단일화 이후 당선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국정운영 경험이 있고 조직도 있는 문 후보가 낫다고 본다”고 했다.
안 후보의 ‘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황모(42·여)씨는 “민주당 정권이든 새누리당 정권이든 기존 정치권이 보여준 거라곤 실망밖에 없다”면서 “아이들도 안 후보 찍으라고 하고 나도 마음이 그렇게 돌아간다”고 털어놨다. 이 시장은 5일 전 안 후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다녀갔던 곳이다. 옆에서 듣던 김모(60)씨도 “어제 DJ 셋째아들 홍걸이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돈 받고 구속까지 됐던 사람을 데려와야 하느냐”며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20대라는 평가를 받는 광주 젊은층 표심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전남대에서 만난 4학년 박은영(23·여)씨는 “안 후보가 싫은 건 아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정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 여러모로 차기 정부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대학 4학년 강명식(26)씨는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기존 정치권이 한번 크게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기현(25)씨는 “이전에는 학생들 사이에 안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요즘엔 문 후보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 텃밭’인 만큼 박 후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전날 박 후보가 광주를 방문했지만 이를 모르는 시민도 많았다. 택시기사 정모(54)씨는 “박 후보가 한광옥, 김경재씨 같은 사람들로 진짜 국민대통합이 되겠느냐. 원래 박 후보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 끌어가고 난 다음에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광주=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