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이모부·이모부 동생 일본군이 죽였다고 들었다”… 당시 거주 한인 2명 구체적 증언

입력 2012-11-13 19:11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할린에 거주하던 한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전하는 증언들이 나왔다.

국가기록원이 일본군의 한인 학살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라며 지난 8월 공개한 러시아 정부의 1940년대 보고서 초안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언이어서 역사적 실체에 접근할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국민일보 8월 15일자 1·9면 참조>

국가기록원은 지난 10월 러시아 사할린 에스토루(우글레고르스크)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2명으로부터 2차대전 직후 일본군이 이 지역 한인을 학살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사할린에 사는 황순영(78·여)씨는 11세 때인 1945년 여름 에스토루에 살던 이모부와 이모부의 동생이 일본군에게 학살됐다는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황씨는 “일본군들이 전쟁에서 진 1945년 8월 20일쯤 에스토루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이모부와 이모부의 동생을 끌어내 뾰족한 나뭇가지로 막 찔러 죽였다는 말을 어머니한테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임신 중이던 이모는 3살짜리 아들과 숨어서 그 상황을 목격했고, 나중에는 땅을 파 굴 안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며 “전쟁이 끝난 뒤 이모는 땅에 묻힌 남편과 시동생을 파내 초상을 치렀는데 그때 어머니가 다녀오셨다”고 전했다.

당시 5살이었던 이태엽(72)씨도 이웃에 살았던 최모씨가 직접 목격했다며 전한 한인 두 명 학살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1946년 러시아 정부 보고서 초안에는 2차대전 이전 에스토루 지역에 한인이 1만229명 살았지만 전쟁 후에는 5332명밖에 남지 않아 50%가량 감소했다고 기술돼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한인 인구가 5000명 가까이 줄어든 이유로 피난이나 귀환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학살을 지목했다. 국가기록원은 이 보고서 초안을 러시아 사할린 국립문서보존소에서 입수해 지난 8월 공개한 바 있다.

국가기록원 이강수 학예연구관은 “전에도 일본군의 사할린 한인 학살 증언은 있었지만 ‘그렇다더라’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증언은 지역과 상황, 인물이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