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는 섬기는 자, 끝까지 조연 역할해야”… 감리교 선교정책 세미나

입력 2012-11-13 18:20


“선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연(助演)이어야 한다.”

손창남(한국OMF 대표) 선교사는 13일 감리교세계선교협의회(회장 김종수 목사) 주최 선교정책 세미나에서 ‘한국 선교의 출구전략’에 대해 강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선교사가 사역지에서 시종일관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섬기는 자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169개국에 2만3331명의 선교사를 보낸 세계 2위 선교사 파송국이다. 그러나 선교의 열매가 맺힌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감당하겠다며 한국인 선교사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해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선교사 10여명을 후원하고 있는 한 목사는 “사역지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선교사가 리더십과 재산권을 현지 그리스도인들에게 넘겨주고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군림’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고 말했다.

손 선교사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가 본격화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선교지에 들어가 사역을 진행할 것인가’에만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선교 사역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고 철수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 선교사는 바람직한 출구전략 모델로 1990년 몽골 에르데네트에 들어간 스웨덴 선교팀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팀은 초기부터 현지 리더들에게 결정권을 줬으며, 3년 후 현지인들이 이끄는 교회가 손녀교회까지 개척하는 것을 보고 미련 없이 철수했다.

손 선교사는 “출구전략은 사역이 진행된 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입할 때부터 해야 한다”면서 “획일적인 모델 대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요구되며 철수한 뒤에는 관계를 지속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 감리교 해외 선교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발표한 이원재 남산교회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서 해외선교국을 독립 부서로 승격시킬 것과 선교사 안수·수련 과정을 강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강천희 애광교회 목사도 기감 선교국을 해외선교국과 국내선교국으로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기감 선교사가 1000명을 넘어선 시대를 맞아 선교 전문성을 높이고 선교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선 독립 부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김진홍 우이교회 목사는 “10∼20년 뒤면 은퇴 선교사들의 처우·복지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교단은 이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