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리더십’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혁 노선을 취하는 듯하다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거세지자 쩔쩔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보 당국은 6·28 경제관리 개선 조치로 대표되는 ‘김정은 식(式)’ 경제개혁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지난 6월 노동당과 내각 등 모든 기관에 경제개혁 아이디어를 허심탄회하게 보고하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올리는 당 간부 등이 반혁명·반사회주의 분자로 몰려 숙청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지난 9월 함북 청진 소재 한 대학의 경제학 전공 교수가 ‘인센티브제 도입’ 관련 보고서를 올렸다가 반혁명 분자로 낙인찍힌 뒤 한 달여 만에 사형당했다”고 소개했다.
김 제1위원장은 6·28 조치 시행 직후 전국에 “낡은 경제운용 방식을 혁파하기 위해 언제든, 어떤 생각이든 기탄없이 내놓으면 경제와 사회 개혁에 활용하겠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합영기업이나 외국자본 유치보다 훨씬 중요한 게 인센티브제 도입이다. 생산 주체들의 동기를 유발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개혁이 완성된다. 중국의 성공한 사회주의 수정경제도 1970년대 후반 인센티브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노동당 내부 라인을 통해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앙당으로 올라간 이 보고서는 당 고위층 강경파에 의해 ‘평등한 분배·노동이 핵심인 사회주의에 대한 모독이자 반역적인 발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김정은 서기실(비서실)을 거쳐 김 제1위원장에게 보고됐다. 김 제1위원장은 권력기반인 노동당 고위층이 반발하자 보고서 전면 폐기와 함께 교수를 사형시키라는 극단적인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 교수 숙청 소문이 알려지면서 개혁 아이디어는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있다”면서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방침을 스스로 어긴 꼴이 돼 북한 지식인층 사이에는 ‘아버지(김정일)나 아들(김정은)이나 다를 게 없다’거나 ‘오락가락 때문에 될 것도 안 된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10여년간 ‘황태자’ 시절을 거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권력기반을 만들지 못한 김정은의 불안정한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케이스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최근 “마치 개혁할 것처럼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잡아가고 메시지가 헷갈리는 게 많다. 경영 자율화 쪽으로 나가다가도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하면 숙청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김정은 경제 개혁, 기득권층 반발에 제동… 인센티브제 제안한 교수 처형
입력 2012-11-1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