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얼마 넣을까요” “조금만”… 경기침체 장기화에 불황 모르던 주유비 지출 감소
입력 2012-11-13 21:31
불황에도 상승일로였던 주유비 결제 금액이 사상 처음 하락했다. 외식비를 비롯한 카드 사용액 증가율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여행 등 여가생활이 그만큼 줄었고 밥 한끼 사먹는 것도 꺼리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위축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13일 한국은행의 ‘소비 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유비 사용액은 3조516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월(3조1253억7638만원) 대비 2.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주유비 증감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 수치는 지난 2월까지 꾸준히 10%대 이상 상승하다 3월 6.5%로 내려앉은 뒤 지난 6∼7월에는 각각 1.6%, 1.8%까지 떨어졌었다.
카드 사용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비 역시 지난 8월 3조2429억4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전체 사용액도 2.7% 늘어난 28조5404억5500만원에 불과했다. 모두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전년 동기 대비 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지난 1∼7월 사이 7.5∼13.6%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가계가 유류비와 외식비까지 줄인 것은 저성장 기조에 생계 부담이 말할 수 없이 커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난 8월 즈음 유가에 큰 변동이 없었는데도 주유비를 급격히 줄인 것은 여가·문화·여행 등 소비의 극심한 부진이 직접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