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요동치는 與 텃밭 PK 民心… 겉으론 朴 속내는 알쏭달쏭
입력 2012-11-13 21:39
12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서 버스에 올라 기사에게 물었다. “부산 민심이 변했다는데 맞나요. 부산 사람은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까요?” 부산 토박이라는 기사(65)는 백미러에 비친 기자를 한번 훑어보곤 “꿍심 열어놓고 속이야기 말로 잘 안 한다. 셋이 앉아 얘기하면 다 다른데 감정 상하게 머할라코 말하노”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꿍심’은 ‘꿍꿍이셈’의 경상도 사투리로 남에게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도 새누리당 텃밭인데 박근혜 후보를 뽑지 않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로 보면 그렇지”라고 하더니 “젊고 똑똑한 사람이 돼야 나라가 발전하고 정치가 바뀌지”라며 슬쩍 속내를 흘렸다.
부산의 ‘꿍심’이 예전 같지 않다. 여전히 박 후보 지지가 많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도 만만치 않았다.
젊은층은 안 후보 지지 성향이 강했다. ‘안철수의 생각’과 ‘문재인의 운명’을 모두 읽었다는 김민용(20·부산대2)씨는 “안 후보는 복지, 민생, 교육 평준화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많아서 좋다”며 “문 후보도 인간성과 자질은 손색이 없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느낌이 너무 난다”고 했다.
부산에서 30년간 택시를 몬 강모(60)씨는 “정치 물을 좀 먹었어도 깨끗하고, 무소속보다는 안 낫겠느냐”며 문 후보를 지지했다. 강씨는 2002년 16대 대선에선 옛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줬다. 그는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데 인천보다 못하다. 부산이 (새누리당에) 너무 속아 왔다”고 성토했다.
그렇다면 여야 후보를 지지하는 부산 민심의 비율은 어떨까. 남포동과 함께 번화가로 꼽히는 부산진구 서면 1번가의 구둣방 사장 전모(54)씨는 “야당이 하도 ‘반값’ ‘반값’ 하니까 젊은애들이 혹해서 뭔가 기대하나본데 7대 3으로 박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구 범일동 부산진시장 부근에서 만난 주부 금모(49)씨도 “민주당이 정권 잡아서 서민 삶이 나아졌느냐. 심지 굳은 박 후보가 시시한 남자들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동구 초량동 지하상가에서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최창수(42)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 후보 얘기를 많이 하고 나도 지지한다”면서도 “막상 투표하면 7대 3이나 6대 4로 박 후보가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6대 4 전후로 박 후보가 우세했다. 국민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2∼3일 부산·울산·경남 조사에서 박·안 양자대결은 53.1% 대 41.0%, 박·문 양자대결은 55.8% 대 35.3%였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도 박·안 54% 대 38%, 박·문 55% 대 37%였다.
부산=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