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의 희열 가면속에서 희망을 키운다… ‘KBS 수요기획’

입력 2012-11-13 17:55


수요기획(KBS1·14일 밤 11시40분)

그들의 가면 속엔 자신만의 꿈이 있다. ‘루차 리브레-가면 속의 꿈’ 편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느끼는 희열을 얘기한다. 외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방화 ‘반칙왕’ 등을 통해 평범한 소시민이 영웅이 되어가는 설정에 우리가 환호를 보낸 것에서도 익명성의 희열을 알 수 있다.

‘루차 리브레(Lucha Libre)’는 멕시코에서 축구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가면을 쓰고 진행하는 프로레슬링이다. 프로레슬러, 즉 루차도르는 죽을 때까지 가면을 벗지 않기 때문에 그 팬은 가면만 기억할 뿐 선수의 민얼굴은 끝내 보지 못한다. 자동차정비사, 음악강사 심지어 성직자도 선수가 될 수 있다.

멕시코 국민은 왜 이 레슬링을 좋아할까? 희망 없는 사회에서 돌파구가 되기 때문이다. 루차 리브레의 영웅인 엘 산토와 프라이 또르멘타. 엘 산토는 빈민가 출신으로 가면을 쓰고 프로레슬링에 데뷔해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는 어려운 시절을 잊지 않고 이웃을 돕는 선행을 베풀어 국민적 영웅이 됐다. 지금도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그의 기념관을 찾는다.

프라이 또르멘타는 세르지오 구띠에레스라는 이름의 가톨릭 신부였다. 그가 링에 오른 이유는 3000여명이나 되는 고아들을 먹이고 입힐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링 위에서 번 돈으로 아이들을 길렀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은퇴할 무렵 비로소 밝혀졌다.

제작진은 멕시코시티에서 두 가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레슬링 교습비를 벌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14세 소년 이반, 어린 조카를 위해 선수가 되고 싶다는 18세 청년 다빗 등의 꿈과 열정을 담았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