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중국을 보는 두 시각
입력 2012-11-14 01:13
지난 8일 중국공산당 18차 당 대회 개막식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주목을 끌었다. AP통신이 타전한 이 사진에는 주석단 상무위원석에 앉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모습이 잡혀 있다.
장쩌민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원자바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원자바오는 수심이 가득한 표정에 깍지를 낀 채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쩌민은 어깨를 뒤로 젖혔지만 원자바오는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 딱 보면 원자바오가 수세에 몰려 있다는 분위기가 확 풍긴다.
이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다. 장쩌민의 눈길은 최근 터져 나온 원자바오의 부정축재설에 대한 힐난을 의미한다는 게 그 첫째다. 두 번째는 원자바오의 ‘정치 개혁’ 주장에 대한 못마땅함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당 대회 시즌인 만큼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봇물을 이룬다. ‘중국의 미래’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국공산당의 미래’라고 해야 정확하다. 당이 있고 난 뒤 국가도 존재한다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정리하면 두 갈래로 대별된다.
중국공산당은 정치 체제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분석과 앞으로 사회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안정적으로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자는 개혁·개방 30년 동안 누적된 폐해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빈부 격차와 당 간부의 부패는 체제를 흔들 수준까지 왔다고 본다. 민주 선거, 언론 자유, 진정한 법치가 없는 사회라 자정(自淨)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5억3000만명이나 되는 인터넷 가입자와 소득 증대에 따라 형성된 중산층은 더 이상 이러한 상황에 눈감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자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30년 동안 노출된 문제도 많지만 성과가 훨씬 컸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국제적 지위가 모든 걸 말해준다는 것이다. 경제력 군사력에서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선 데다 우주개발에서 눈부신 업적을 달성했다는 점도 내세운다.
13억5000만명이 넘는 인구를 먹여 살려 사회를 이만큼 안정시킨 것도 기적에 가깝다는 얘기까지 한다. 이럴 때 꼭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공산당 말고 누가 할 수 있었겠나?”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둘 다 맞다. 문제는 어떻게 과(過)를 줄이고 공(功)을 키우느냐다.
여기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당 대회 보고에서 “서방정치 모델을 절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내에 민주적인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정한 세력을 이루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중국공산당은 정치 사회 경제적 병폐를 결코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정으로 인해 공산당 일당 지배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초래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장쩌민이 원자바오를 응시한 것도 혼란스런 국면을 만든 데 대한 불만의 표현 아니었을까.
하지만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될수록 인민들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習近平) 앞에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딜레마’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분석 중 전자에 무게를 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