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후보 3자 합의 가능한 것은 빨리 법제화를

입력 2012-11-13 19:45

유·불리 따지지 말고 대선 전 정치개혁 매듭짓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정치쇄신실천협의기구(가칭)’ 구성 제안을 즉각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세 후보 간 이견이 적은 정치쇄신안은 대선 전에 입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나 총선 때만 되면 난무하던 정치개혁 공약이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던 악습이 이번에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

세 후보 간 이견이 없는 정치 쇄신안 가운데 국회의원 연금 폐지, 기초단체의원 정당 공천 배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기구화는 당장 입법화가 가능하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와 세비심의위원회 등에 일반인을 참여시키는 방안과 국무총리에게 헌법상 부여된 국무위원 3배수 추천권 보장은 입법화 없이도 가능하다.

국회의원 특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후보들의 의지만 있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이미 민주당은 국회의원의 연금 포기 및 영리목적 겸직 금지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새누리당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불체포특권 폐지 등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안 후보도 변호사 의원의 겸직 금지 등의 방안을 내놓아 3자가 합의한다면 금방 입법이 가능하다. 다만 국회의원 특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기 때문에 하위법인 국회법을 개정해 사실상 포기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중앙당 실세들이 좌지우지하는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국민참여경선은 여야가 의견이 갈려 이번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가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문 후보 측이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투표시간 연장,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등과 일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 뒤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대선 전 정치개혁안 입법화가 필요한 이유는 선거 결과 문 후보나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연스럽게 여소야대 정국이 되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반대로 개혁 입법 추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집권당이 거대 권력이 돼 장관·의원 겸직 등 특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개혁은 대다수 국민들의 오랜 바람이기 때문에 특정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법제화해야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사실상 다음 주 말에 끝나기 때문에 시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 등록에 이어 본격적인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경우 다른 사안에 묻혀 정치개혁은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 조만간 여야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당리당략을 떠나 하루빨리 마주 앉아 정치개혁 입법을 서두르기 바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정치쇄신의 기회가 매번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