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 “담뱃값 인상이 흡연 인구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

입력 2012-11-12 19:31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담배 사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한국 정부는 몇 년째 정체되고 있는 담뱃값 인상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마거릿 챈(65·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5차 당사국 총회를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담배 규제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챈 총장은 “호주는 담배 1갑에 17달러, 캐나다는 10달러 수준이지만 한국은 2달러에 불과하다”면서 “WHO는 한국 정부에 담뱃값을 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으며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 가격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고 서민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에 대해 챈 총장은 “소비자물가 산정 기준을 따져보면 담배 가격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담뱃값 인상의 목표는 국민건강 보호”라고 반박했다.

챈 총장은 담배 규제 방안으로 담배회사의 판촉·광고·후원 활동 금지도 제시했다. 특히 최근 담배업계가 젊은층과 여성층을 겨냥하고 있는 데 문제를 제기하며 “TV, 라디오, 영화에서 담배 광고를 제한하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담배회사가 후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챈 총장은 담배 경작자의 생존 문제에 대해선 “담배 대신 대나무 등 대체 작물을 길러 경작자가 이전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도록 하면 된다”면서 우간다, 케냐, 멕시코의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챈 총장은 마지막으로 담배의 유해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 해에 약 600만명이 담배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에이즈(AIDS), 결핵 사망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담배는 심장질환, 뇌졸중, 암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킵니다.”

그는 “하지만 담배회사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담배 유해성에 대해) 과학적 증거를 숨기고 있다”면서 “과학적 사실과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담배업계와 역사적인 전쟁에서 이기려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콩 출신의 챈 총장은 2007년 고 이종욱 박사 후임으로 보건·위생분야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으며 올해 7월 재선됐다. 챈 총장은 취임 후 WHO 개혁을 단행하고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이행 노력 등 보건 관리 향상에 힘썼다. 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유행에 적극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