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쇼크’ 현대차… 사장급 전격 인사
입력 2012-11-12 21:30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브라질에서 귀국하자마자 미국 공장 법인장을 포함한 부품 계열사 사장 및 해외 법인장 인사를 단행했다. 미국 연비 과장 사태로 인해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품질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연말 임원인사가 예정돼 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른 템포로 조직에 자극을 줄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품질 경영에 초점을 맞춘 이번 인사는 엔지니어 출신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정명철(59) 현대파워텍 대표이사 부사장을 배인규 전 사장의 사임으로 비어 있던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나온 정 사장은 현대차 통합부품개발실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법인장(부사장)을 거쳤다. 현대위아는 현대·기아차 공장 라인 설비와 상용차 엔진 제조를 맡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법인장과 러시아 공장 법인장도 바뀌었다. 임영득(57)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법인장은 변속기 제조 중심의 계열사 현대파워텍 대표(부사장급)로 보직이 변경됐다. 앨라배마 공장 법인장은 천귀일(56) 러시아 공장 법인장이 맡게 됐고, 러시아 공장 법인장에는 신명기(55)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장이 임명됐다. 교체된 세 부사장급 모두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통 생산 담당 인사들이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때마다 해외 법인과 부품 계열사 간 빠른 보직 전환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연말 임원 인사철을 앞두고 등기 이사인 부회장이나 사장급 대신 부사장급을 한발 앞서 교체함으로써 품질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생산 및 품질 관련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해외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품 계열사의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비사태에 따른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연비측정 오류 진원지인 남양연구소에 대한 인사는 제외됐다”면서 “오히려 품질경영에 대한 일신 차원이란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