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센카쿠 국유화, 빚더미 섬 주인만 실속챙겼다” 로이터 매매과정 보도

입력 2012-11-12 21:32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야기한 일본의 국유화 조치는 수백억원의 빚을 갚기 위해 접근한 섬주인의 집요한 거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 동중국해의 무인도를 일본 정부에 매각한 섬 소유주 구리하라 구니오키(栗原國起·70)는 국유화를 전후로 세상의 이목을 피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로이터통신은 동생 히로유키를 통해 언론에 입을 열기 시작한 구리하라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의 ‘특별한’ 부동산이 매매된 과정을 소개했다.

통신은 그를 막대한 빚을 지고 있던 부동산 재력가로 묘사했다. 도쿄 외곽에 거주하는 부동산 개발업자 구리하라는 일본 정부와의 거래를 끝내고 CCTV와 경비견으로 둘러싸인 그의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동산 거래’로 중국과 일본이 극도의 긴장에 휩싸인 이후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리하라는 1970년대 오키나와의 언론인이었던 고가 젠지(古賀善次)로부터 섬을 매입했다.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한 72년 이후 구리하라는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에 이끌려 센카쿠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 고가의 아버지는 센카쿠열도의 가장 큰 섬인 우오츠리시마(魚釣島)를 임대해 생선 가공공장을 운영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1895년 섬을 합병했고, 이후 섬의 관할권은 고가의 아버지와 일본에 점령된 대만을 오고 갔다.

새로운 섬 주인이 된 구리하라는 섬을 팔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당시 도쿄도지사 측에 접근했다. 당시 협상실무를 담당했던 자민당 소속 산토 아키코(山東昭子) 변호사는 처음에 구리하라가 정치적 성향이 통했던 이시하라에게 섬을 우선적으로 매각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저서를 통해 유명해진 이시하라 지사를 존경한다고까지 말했고, 9월에는 구두매각 합의도 이뤄졌다.

당시 구리하라 일가는 15억엔(약 1900만 달러) 상당의 빚이 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집안은 사이타마현 오미야(大宮)를 기반으로 부동산 사업과 쌀 도매업을 벌이며 은행 차입금으로 75필지 규모의 부동산을 저당 잡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매 실무를 맡았던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도쿄도 부지사도 “그의 상당한 재산이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러던 중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중국과의 분쟁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센카쿠의 국유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결국 구리하라는 일본 정부와도 양다리를 걸치게 된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일본 내 다른 국유지와의 교환을 제의하자 구리하라는 거절했고, 도쿄도가 현금을 제시하게 되면서 정부도 현금 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올해 6월 조바심이 난 구리하라는 매매 승인이 도쿄도 의회에 묶여 있는 상황을 걱정하며 이시하라와의 협상을 파기한다. 그는 도쿄도 측에 “(섬을) 일본에 팔기로 결정했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 변호사는 “그에게는 사업상의 고려(이익)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면서 “결국 그는 부동산 브로커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일본 정부는 20억5000만엔(약 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주고 거래를 마쳤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