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IT벤처 2만4645개 제2의 붐?… “진정한 벤처기업 고작 622개”

입력 2012-11-12 18:53

정보기술(IT) 벤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1998년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2042개에 불과했다. 2006년에는 그 숫자가 1만2218개로 6배 이상 늘었다. 2010년 말에는 2만4645개로 많아졌다. 한창 벤처 붐이 불기 시작했던 때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아무도 ‘제2의 벤처 붐’ 시대가 도래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단순 통계와 진정한 벤처가 없는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기완 연구위원은 12일 ‘벤처기업의 성장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2의 벤처 붐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통계와 현실의 괴리’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최근 벤처기업 증가는 통상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이뤄지는 창업 기업’으로 정의되는 순수 벤처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지원 대상에 포함돼 벤처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이 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10년 말 기준으로 본래 벤처기업의 의미에 들어맞는 벤처투자기업은 622개(2.5%)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대신 기술성을 인정받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기업(2만1313개·86.5%)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1008개·4.1%)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성장 정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인 코스닥 상장 비율이 2004년 4.9%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2010년 1.2%까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김 연구위원은 “진정한 의미의 벤처 붐을 다시 만들려면 모험적 창업을 돕는 벤처캐피털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