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뭉칫돈 확 늘었다… 증시 불안·부동산 침체 등 겹쳐 쌓아둔 돈 많아

입력 2012-11-12 18:53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돈이 늘고 있다. 초단기 금융상품 머니마켓펀드(MMF)의 몸집이 올해에만 43%나 불어나는 등 단기 유동성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증시 불안, 저금리 장기화, 부동산 침체에 대선 정국까지 겹치면서 투자 대신 관망에 무게를 둔 돈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십억원씩 투자하던 부자들이 현금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12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지난 9월 평균잔액 1819조원으로 1월 1757조원보다 3.5% 증가했다. 지난해 9월(1729조원)과 비교해서는 5.21% 늘었다. 그만큼 시중에 현금성 자금이 많이 풀려 있는 것이다. M2는 현금은 물론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MMF, 양도성 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언제든 현금으로 빼 쓸 수 있는 금융상품을 합친 금액이다.

특히 MMF가 크게 늘었다. MMF는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돈이 잠깐 동안 머무는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이다. 올해 1월 45조1872억원이었던 MMF 평균잔액은 9월 49조7704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일까지 집계한 MMF 전체 설정액은 76조8000억원으로 지난 1월 2일의 53조6000억원보다 43.3%나 늘었다.

MMF 외에도 단기 금융상품들의 1∼9월 평균잔액은 모두 증가했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74조원에서 79조8000억원으로 7.8%,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은 250조원에서 295조6000억원으로 18.24% 상승했다. 아예 현금으로 보유한 돈은 40조9000억원에서 42조1000억원으로 3.0% 늘었다.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지점 이관석 팀장은 “증시 불안, 저금리, 부동산 침체 등으로 요즘 부자들은 돈을 불릴 곳이 마땅치 않다”며 “MMF를 중심으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정권 교체로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도 부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