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지금 대선 현장에선] 민주, 23년간 투표 못한 사람 찾았는데…

입력 2012-11-12 22:00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자 민주통합당은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서’ 오랫동안 투표하지 못한 사람을 찾아 투표시간을 왜 연장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다. 캠프 관계자들은 편의점 근무자, 자영업자,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수소문했다. 20년, 30년씩 투표 못한 사람을 찾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회견을 위해 하루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렇게 찾아낸 건설장비 기사 한종탁(44)씨는 14일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민주당 영등포 당사에서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한마디 한다. 한씨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89년 펌프카 운전을 시작한 뒤 23년 동안 투표를 딱 한번 해봤다. 97년 대선 때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여서 일감이 없어 투표장에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새벽 4∼5시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주변엔 쉰이 넘도록 투표장에 못 가본 사람도 많다”고 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을 수용하자”는 제안이 여러 번 나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정현 공보단장이 먹튀 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안의 연계 처리를 주장했을 때 우리는 문재인 후보가 먹튀 방지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며 “박근혜 후보에게 차라리 선수 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야가 잘 협의하면 된다”는 박 후보 발언이 나왔는데 재차 논의하는 과정에서 찬성 의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것이다. 이후 ‘절대 불가’로 방향이 잡혔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이날 투표시간 연장 공동 캠페인에 착수했다.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고 공동 슬로건은 ‘투표소 야간개장’으로 정했다. 17일까지 낮 12∼1시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표단 1인 시위를 진행하며 대규모 플래시몹 퍼포먼스도 벌인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합의문 7개항 중 하나가 실천에 옮겨진 것이다. 아마 양측에 모두 가장 쉬운 항목이었던 듯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