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아이도 목숨 걸고 탈북해 놀랍고 안타까워… 하루빨리 따뜻한 대한민국 품에 안기도록 기도”
“아직 어린아이들이 왜 이렇게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디 하루빨리 대한민국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 등 고아 3명을 지난 2일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인도한 송부근(59·NK.C 에바다선교회 대표) 목사가 지난주 귀국했다. 한국 정부와 탈북 고아들의 송환 절차를 상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탈북 청소년과 고아들은 라오스 한국대사관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효제동 선교회 사무실에 만난 송 목사는 “매년 1000명 이상의 탈북민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나 태국 같은 동남아 국가로 넘어오지만 이번처럼 탈북 청소년과 어린이만 국경을 넘은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제3국에서 활동 중인 선교회의 한 협력자가 탈북 청소년과 고아들을 북한 양강도에서 발견했다며 송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송 목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10월 8일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일단 라오스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송 목사와 함께 지난 2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태국 영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곧바로 한국대사관으로 신병이 넘겨져 현재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한국대사관에 들어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대사관에서는 라오스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사람에게 1인당 벌금 300달러(약 33만원)를 내야 한국에 보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벌금이 없는 태국 영사관행을 선택한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현재 라오스 한국대사관에 있는 이들은 김혜숙(18·가명)양과 광철(9·가명) 남매, 이광옥(15·가명)양이다. 김양 남매는 2009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사망한 데 이어 어머니마저 중국 사람에게 팔려간 큰 언니 때문에 화병으로 숨졌다. 부모를 잃은 김양은 이삭을 주워 먹고 30㎞ 정도를 걸었으며 먹다 남긴 이삭은 팔기도 했다. 하지만 배고픔은 계속됐다. 결국 동생을 데리고 탈북했다.
이양은 지난해 가을 북한을 탈출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됐다가 10개월 만에 재탈북에 성공했다. 2008년 아버지가 간질환으로 사망하고 2010년 어머니가 가출해 소식이 끊긴 이양은 강제 북송된 뒤 혜산구류소에서 한 끼에 강냉이 100∼130알로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송 목사는 현재 탈북민 구출과 함께 국내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 고아들이 한 달여 뒤쯤 한국에 들어오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키울 생각이다. 또 쉼터를 마련하고 신앙으로 양육하면서 탈북 청소년 선교합창단도 만들 계획이다.
“탈북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제 사명입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앞으로 탈북 고아들의 쉼터 마련과 탈북민 구출사역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탈북 청소년·고아 남매 등 3명, 라오스 한국대사관에 인도한 송부근 목사
입력 2012-11-12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