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채수일 총장 “대학은 미래 찾는 공간… 취업률로 학교평가 지양돼야”

입력 2012-11-12 18:55


한신대 채수일(61) 총장이 취임한 지 3년이 흘렀다. 진보성향의 학자인 그의 총장 취임은 당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8일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지나온 3년이 10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평가, 졸업생의 취업률 제고, 대학 구성원(교수 교직원 학생) 간의 소통과 화합 등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총장 3년의 평가를 들어봤다.

<인터뷰=이승한 종교국장>

-취임하신 지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느낌으로 한 10년 지난 것 같다. 원래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인데 스스로를 평가한다는 게 쑥스럽다. 그동안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신이 추구해야 할 교육이념과 실현해야 할 가치를 정립하고 교육과정에 구현하려 했던 것, 한신이 처한 현실을 판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컨설팅을 실시한 것, 국제사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대학과 기초단체가 결합한 형태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 신대원에 전액장학금으로 동남아 유학생을 유치해 에큐메니컬 과정을 설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신이 처한 가장 힘든 현실 문제는 무엇인가.

“환경변화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 됐다. 밖으로부터 오는 시련(교육부의 제동, 학령인구의 감소 등)과 안으로부터의 갈등(내부의 다양한 의견)이 어려운 문제다. 한신의 과거 역사를 어떻게 더 발전적으로 구체화하고 창조적으로 가야 하느냐에 대해 교수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청년실업은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취업률을 갖고 대학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총장이 취업률을 강조하면 시장주의자로 공격당한다. 하지만 제자가 취업을 못하고 노는데 이를 방치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다. 학문의 융합도 과제이고,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다.”

-한신은 민주화에 앞장섰던 진보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진보적 이미지가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가.

“한신은 민주화 인권 평화 통일을 위해 앞장서 왔고, 여전히 이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진보적 가치들이 특정 집단에 독점되는 시대가 아니다. 담론의 독점이 아니라 진보가치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천에 한신의 미래가 달려 있다.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과정은 이미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해외 사회적 기업육성교육’ ‘해외한국어 교실 운영’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내적으로는 사회복지학, 재활학, 특수체육학을 ‘휴먼서비스대학’으로 통합하고 융합적인 휴먼 서비스대학을 만들려고 한다.”

-총장이 생각하고 있는 ‘대학의 상’은 어떤 것인가.

“대학은 말 그대로 ‘큰 공부’ 하는 곳이다. 취업을 위한 전공 및 실용교육기관으로만 대학을 보는 것은 대학 자체의 미래를 위해서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졸업 후 취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대학은 질풍노도의 시대와 같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돈 때문에 상처받고, 스스로에게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책임감도 배우는 시기다. 대학은 경쟁과 협동을 배우면서 미래를 모색하는 공간이다. 진리탐구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데 기여하는 경학이 되는 것이 대학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인성교육의 힘이 부각되고 있다.

“한신의 교육과정이 스스로 존중하면서 타인의 명예도 존중하는 법, 자기 나라를 사랑하면서 세계시민이 되는 법, 지구적으로 생각하면서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봉사자(글로컬 서번트십)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 한신이 특별히 주목한 것은 주제와 교육방법이다. 그것은 대학졸업 후 한 인간이 평생 씨름해야 할 화두, 예를 들면 사랑 노동 명예 돈 민족 욕망 행복 자유 죽음 등을 가능한 학제 융합적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인문학적 소양을 교육할 ‘정조대학’을 개교한다. 이는 경희대학교의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비슷한데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최근 트위터 페이스 북 등 SNS를 이용한 소통이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구성원 간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한국블로그산업협회 주최의 ‘2012 대한민국 SNS대상’ 공공분야 교육기관 연구소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9년 10월 학교 공식 블로그(blog.naver.com/go_hanshin)를 개설한 이후 240여만 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1월과 7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소통의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총장이 강조해온 나눔과 섬김의 글로컬 서번트란 어떤 개념인가.

“글로컬 서번트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대학마다 글로벌 리더를 말하기 때문이다. 유엔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자랑할 일이다. 그러나 대학마다 모두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하되 행동은 지역적으로 하는 인물이 더 필요하다. 지도자는 지배자가 아니고 섬기고 나누는 사람이라는 한신의 정신을 반영한 개념이 글로컬 서번트십이다.”

-지난해부터 ‘특별활동주간’이라는 것을 도입해 큰 범위의 테마를 정하고 학생들이 직접 교과외적인 소양과 내공을 쌓도록 했다. 대학들이 주로 취업 스펙 쌓기 교육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학기부터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매학기 중간고사 이후 1주일동안 진행된다. 학생들은 특별활동주간에 정규수업을 듣는 대신 교수와 함께 캠퍼스를 벗어나 국내외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가한다. 올 1학기에는 ‘한신의 뿌리를 찾아서’를 비롯해 학교주변 공간의 역사와 전통문화, 면접역량강화캠프,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비욘드 캠퍼스’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교과부의 대학구조조정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현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학령인구가 감소추세이기 때문에 대학의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정부는 출구를 열어놓는 법적 장치를 하면 된다. 그런데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몇 가지 지표를 가지고 대학을 평가하고 서열화해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청년실업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 남은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년에 시작될 ‘정조대학’이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인문학적 인성교육의 장이 되어 한국대학교육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또 올해 시작한 신학대학원의 에큐메니컬 과정이 아시아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에 기여하는 기반을 넓히도록 발전시키고 싶다.”

s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