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교체 중국 어디로] 정치 개혁 한발 앞으로… 구태 ‘원로 정치’ 힘 빠진다
입력 2012-11-12 19:06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알려진 대로 이번 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직과 함께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도 완전히 손을 뗀다면 이는 정치 개혁으로 가는 큰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셈이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지 않고 권력이 교체되는 중국 공산당 특성상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온 ‘원로 정치’가 일시에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약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원로 정치 약화 계기될 듯=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비롯한 당 원로들은 당내 인사나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에 따른 계파 간 힘겨루기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례가 빈번했고 주요 인사와 정책 집행이 왜곡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임기에 맞춰 깨끗하게 물러나겠다는 후진타오의 행보는 다른 당 원로들의 ‘구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원로들의 의견 개진을 통해 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훨씬 컸다.
중국 공산당 내 원로 정치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우선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은퇴가 없는 ‘황제’였다. 생명이 다하는 날에야 비로소 권력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러한 풍토에서 대권을 이어받은 장쩌민으로선 임기가 끝났다고 바로 정치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후진타오를 정점으로 하는 4세대 지도부에서도 국가 대사를 놓고 당 원로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유지해왔다. 여름 휴가철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원로들이 참가하는 전통도 그 예다.
18차 당 대회에 ‘올드 보이’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이러한 관행에 따른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조지 P 얀 교수는 이에 대해 “차기 지도부는 ‘노인 정치’로 인해 경제 개혁에서는 진전을 이룰 수 있지만 정치 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18대에서 핵심 멤버인 주석단 상무위에는 전체 41명 중 12명의 원로가 들어가 있다. 전체의 30%나 되는 비율이다. 이에 따라 주석단 상무위에는 1987년 13차 당 대회 때부터 17차 당 대회에 이르기까지 5개 대회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망라돼 있다.
◇당내 민주화 확대키로=당 대회 대표들이 새로 정책제안권을 갖게 된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5년에 한 번 당 대회에 참석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였다. 당원에 의해 선출됐지만 중앙위원만 뽑고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식이다.
상하이시, 저장(浙江)성, 후난(湖南)성 등 7곳에서는 이미 당 대회 대표들에게 10인 이상의 연명으로 정책제안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왔다. 이번에 당 중앙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2007년 제17차 당 대회 때 당 대회 대표 임기제를 도입, 5년간 자격을 갖도록 한 데 이은 당내 민주화를 위한 또 다른 조치다. 이에 따라 당 대표들의 권한이 커지게 됐지만 실제로 얼마나 역할이 증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18대에서는 5세대 지도부가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보시라이 사건’과 부패 혐의로 구속된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장관) 사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