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계명’만 지키면 평생 치매 걱정 끝!
입력 2012-11-12 19:24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 뇌건강 지침서 ‘뇌미인’ 발간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대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뇌과학자 나덕렬(56·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박사의 기발한(?) 치매 예방 솔루션이 요즘 화제다. 나 박사는 지난 20여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고 연구하며 얻은 인지건강수칙 ‘진인사대천명’을 소개한 책 ‘뇌미인’(위즈덤스타일·사진)을 최근 펴냈다. 뇌미인은 얼굴 관리하듯 뇌를 관리해 뇌혈관에 기름때와 노폐물이 쌓이지 않은 깨끗한 뇌를 가진 사람, 몸의 근육을 단련하듯 뇌 근육을 단련해 뇌가 튼튼한 사람을 말한다.
1. 진땀나게 운동하라
운동의 최대 수혜자는 뇌다. 운동은 뇌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신경 간의 교류를 원활하게 해 뇌기능을 개선시킨다.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인지기능저하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운동 종목은 유산소운동, 특히 빨리 걷기가 추천된다. 걷기 운동은 가능한 한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매일 3㎞ 이상을 걷는 사람의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70%나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 박사는 “1주일에 3회 이상, 매회 3㎞ 정도를 걷기만 해도 인지장애 확률과 치매 위험을 각각 33%, 31%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쇠퇴하고 체지방이 늘게 된다. 결국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당뇨) 등 3고병에 비만과 심장병이 동반될 위험도 높아지게 마련. 3고는 대뇌 피질, 특히 전두엽을 얇게 만들어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어라
흡연은 기억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젊어서부터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담배를 피운 사람은 노년기에 기억력 장애에 빠질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7% 정도 더 높다. 담배의 일산화탄소가 뇌세포에 산소를 실어 나르는 적혈구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흡연은 또한 동맥경화증을 유발해 뇌혈관과 심장혈관을 좁힌다. 몸속에 유해산소를 늘려 신경세포들의 퇴화를 부추기는 것도 흡연의 해악이다. 흡연은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치매와 같은 뇌질환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조사 결과 매일 한 갑씩 4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非)흡연자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 갑, 즉 매일 10개비씩 5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의 치매 위험도는 2.6배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성 치매에 걸릴 위험도 배 이상 높아진다.
금연은 이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합리적인 처방전이라는 게 나 박사의 지적이다.
3.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사회활동은 뇌를 강하게 자극하는 펀치와 같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의 친밀감이 필요한 이유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활동을 하면 뇌 기능이 촉진되고 신경세포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나 박사는 “실제 사회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뇌 손상 및 기능 저하에 대한 저항력이 커져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은 편”이라며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5배나 높다”고 말했다.
반면 지인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15% 낮고, 매일 지인을 만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43%나 낮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중년기 이후 영화 연극 전시회 관람을 하거나 여행을 자주 다녀도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4. 대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라
TV 시청 등 수동적인 정신활동만 하면 인지기능강화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10% 이상 퇴보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지기능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사고 집중력, 정확성과 마감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 등 대뇌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적극적인 정신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말하기, 읽기, 쓰기, 셈하기를 자주, 많이 하는 것이다. 신문 잡지 책 등을 읽어도 좋다. 독서는 인지장애가 올 확률을 20%나 낮추는 효과가 있다.
책을 낭독하는 것도 좋다. 낭독은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전두엽 발달에 좋다. 하루에 20분 정도 소리를 내어 신문 사설을 읽거나 책을 읽어 보자. 그리고 그 내용을 갖고 글(독후감)을 지으면 치매 예방에 더욱 도움이 된다.
독서나 글쓰기를 생활화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덧셈 뺄셈 곱셈 등 암산하기와 퍼즐 맞추기, 레고 조립하기, 종이접기, 뜨개질 등도 유익하다.
5.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마라
술은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한다. 과음과 폭음을 일삼던 사람은 인지장애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7배나 높다. 알코올이 소뇌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소뇌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손이 떨리고 섬세한 운동을 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술에 취하면 발음이 꼬이고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코올은 또한 뇌의 대들보인 뇌량(腦梁)을 얇게 만들며,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베르니케뇌증에 걸릴 위험도 증가시킨다. 베르니케뇌증은 비타민B1 결핍에 의해 해마와 유두체, 시상, 띠이랑(대뇌의 앞쪽 중심부 위쪽)으로 이어지는 기억회로가 끊어지는 병이다.
술을 자주, 많이 먹어도 이 기억회로가 상처를 입어 기억력이 떨어진다.
6.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체지방이 많아지면 수명이 단축되고,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만약 치매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란다면 체지방부터 조절해야 한다. 현재 비만 상태인 65세 이상 노인은 3년 후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정상체중 유지자보다 1.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체지방 관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식습관이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천천히 먹고, 육류보다는 채소가 많은 고(高)섬유 식단을 생활화하고, 가능한 한 후식(간식) 먹기를 삼가는 것이다.
식후 또는 식간에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 대신녹차나 우유를 마셔도 된다. 녹차를 하루에 1∼3잔 마신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가 올 확률이 26% 낮고, 4∼6잔 마신 사람은 55%나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나 박사는 “우유를 거의 매일 마실 경우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65%나 낮아지고, 과일주스 또는 야채주스를 주 3회 이상 마시면 그 위험을 76%나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