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영석] 美 대선의 미디어 전략

입력 2012-11-12 19:28


“최첨단 기술이 동원됐지만 정치의 질이 높아졌는지 의심스러운 선거전이었다”

선거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선거의 승패에 미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주에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대 선거 사상 가장 치열한 미디어 전쟁이었다. 승패를 예측할 수 없던 막판까지의 혼전으로 더 격렬한 미디어 싸움이 전개됐던 것이다. 미국의 이번 사례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의 미디어 전쟁은 크게 네 영역에서 이뤄졌다. 첫째는 텔레비전 토론이었다. 미 대선에서 TV 토론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후보 간에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 선거 이후 TV 토론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최대 미디어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지 정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후보자 간의 치열한 ‘맞짱 토론’은 유권자들이 그들의 능력과 자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현안에 관한 날선 질문과 대답, 그리고 후보자들 간의 열띤 교차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성격과 정책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토론의 승자는 늘 선거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차 토론에서 성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가 경쟁자인 밋 롬니 후보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로 압도적이던 선거 판세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전했다. TV 토론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TV 광고이다. 이번 선거에서 각 후보는 역대 최고 비용인 조 단위 이상의 천문학적 돈을 광고에 쏟아부었다. 그야말로 돈 전쟁이었다.

선거 막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초접전 양상이 계속되면서 지상파, 케이블, 위성은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웹 트래커, 스마트폰 앱 등 온라인 영역에까지 광고 전쟁이 확대되었다.

올해의 광고도 상대 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네거티브 광고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감성적인 네거티브 광고의 효용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일정한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비용에 비해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권자의 정치 혐오증을 자극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더욱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는 2008년 대선 때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 분야이다. 지난 대선 때 오바마는 일반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애용하고 있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지난 대선에서 패인이 SNS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공화당도 이번 선거에서는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했다.

네 번째는 이번 선거부터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빅 데이터’ 분야이다. ‘빅 데이터’는 다양한 SNS와 모바일 기기의 확산, RFID나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새로운 정보 기술로 인해 형성된 막대한 양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 세트를 말한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은 과거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빠른 컴퓨터 처리 능력에 힘입어 분석이 가능해짐으로써 그 결과를 ‘개인별 맞춤형’ 선거 전략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NS가 단순히 빠른 ‘메시지 확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유권자들을 구성하는 각 개인들에게 그들의 관심사항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통로가 된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 어떤 선거보다 많은 돈이 소비되었고 새로운 첨단기술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정치의 질이 높아졌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이것이 현대 정치의 딜레마이다.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