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3%, 회계법인에도 일감 몰아주기

입력 2012-11-11 21:53

국내 상장사의 23%가 자사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에 컨설팅 등 각종 용역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이 감사대상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용역비를 챙기는 것은 감사 업무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710곳 중 162곳(22.8%)이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재무·경영자문계약 등을 체결했다. 이 중 34곳은 해당 회계법인에 외부감사 용역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각종 비감사 용역비로 지불했다. 비감사 용역비가 외부감사 용역비의 2배 이상인 상장사도 9곳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710곳의 평균 외부감사 연간 용역비는 2007년 1억3490만원에서 지난해 1억6454만원으로 22.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감사 용역비는 2687만원에서 5677만원으로 111.3%나 뛰어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외부감사 용역비는 37억9800만원이었지만 비감사 용역비는 2배가 넘는 88억3400만원이었다. 신한금융지주,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CJ제일제당, 현대자동차 등도 비감사 용역비로 1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

기업들은 각종 자문 업무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고, 일부 외국법인의 감사비용은 비감사 용역 비용으로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해외의 규제 사례를 들며 외부감사와 비감사 용역을 같은 회계법인이 맡는 관행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회계법인의 비감사 용역이 감사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