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군부 권력다툼 조짐… 국방장관 이어 합찹의장 해임

입력 2012-11-11 19:4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정 축재를 이유로 국방장관을 경질한 지 3일 만에 합참의장을 또다시 교체했다. 군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방 무기를 수입한 군부와 자국 방산업체를 비호하는 정권 간에 빚어진 ‘권력 다툼’의 신호탄이라고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니콜라이 마카로프 합참의장을 해임하고 발레리 게라시모프 중앙군관구 사령관을 임명한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3일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 혐의로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모스크바 주지사로 교체됐다.

전문가들은 세르듀코프 장관에 대한 공직자 부패 조사는 실상 해임을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겉으로는 문책성 인사로 보이지만 실상 권력 투쟁형 인사라는 분석은 마카로프 합참의장의 연이은 해임으로 더욱 힘이 실렸다.

반정부 성향 라디오방송 ‘에코 모스크비’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국장은 “군과 방산업체 간 갈등이 있을 때마다 푸틴은 늘 업체 편에 섰다”며 “이번 인사도 방산업체와 안정적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다.

군부는 2005년부터 시작한 현대화 과정에서 러시아의 주(州)들이 공동 소유한 최대 방산업체 VPK와 갈등을 빚어 왔다. 러시아군은 VPK가 조악한 무기를 생산하면서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청구한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군사 장비를 수입했다. 특히 마카로프 합참의장은 지난주 러시아의 주 전투용 전차인 T-90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산 무기는 구식으로 이스라엘 탱크의 절반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푸틴은 게라시모프 중앙군관구 사령관을 합참의장에 임명하면서도 군에 대한 거센 비판을 했다. 푸틴은 “국방부가 방산업체를 향해 일관성 없는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