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국장 ‘혼외정사 낙마’ 파문 확산… “내 전기 쓴 여성과 용납못할 불륜 저질러” 전격 사임

입력 2012-11-11 19:43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혼외정사로 인한 갑작스러운 추락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인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그가 CIA 국장이어서만이 아니다. 그는 수십년래 가장 뛰어난 미 군사전략가이자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아프가니스탄전쟁의 고삐를 잡은 영웅으로 통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 군인이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제2의 아이젠하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여서 정치적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전기 집필 위해 카불 등서 잦은 인터뷰=퍼트레이어스 국장은 9일(현지시간) CIA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제(8일)

백악관을 방문해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하겠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면서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임 이유에 대해 “37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외도를 저지르면서 극도의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면서 “남편으로서는 물론 조직의 지도자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불륜 상대자는 퍼트레이스와 같은 육사 출신이자 그의 전기 ‘올 인:퍼트레이어스 장군의 교육’을 쓴 폴라 브로드웰(40)로 알려졌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 브로드웰의 하버드대 석사과정 시절. 퍼트레이어스가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에 강연차 갔을 때 브로드웰은 자신이 비정규전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조언과 자료를 부탁했다. 당시 퍼트레이어스는 전문가를 소개하며 자신도 도와주겠다며 명함을 건넸다.

둘의 관계는 브로드웰이 박사과정 때 퍼트레이어스 전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가 중부군 사령관으로 있던 2009년엔 플로리다주 탬파 중부군사령부를, 이후 그가 아프간총사령관으로 전근하자 카불을 빈번히 방문했다.

◇질투심에 다른 여성에게 협박 이메일 화근=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올해 초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와 매우 가까운 한 여성에게 위협적인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이 여성의 신원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여성은 이 메일에 크게 놀라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FBI는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의 개인 이메일에도 접근하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퍼트레이어스에게 직접 통보했다고 한다.

FBI는 CIA 국장의 불륜은 장차 그에 대한 협박 요인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적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조사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 지난 5월부터 조사=하지만 FBI의 사실 공개 시점 등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공화당 의원들에 따르면 FBI는 퍼트레이어스를 지난 5월부터 조사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다가 대선 당일에야 관련 사실을 지휘 계통을 거쳐 보고했다.

특히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공격을 받은 사건을 놓고 미 정보당국이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불륜 사건이 불거진 점도 음모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