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경영판단엔 배임죄 적용말아야” 최준선 교수 상법 개정 제안

입력 2012-11-11 19:40

기업인이 열심히 경영활동을 하면 배임죄에 걸릴 여지가 커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무상 배임죄의 구성 요건이 모호해 확대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른 기업인의 경영판단 행위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 조항을 상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경제법학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상법상 특별배임죄의 개정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형법 355조 2항은 배임죄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형법 356조는 업무상 배임을 다루고 있다.

최 교수는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배임사건의 무죄율이 전체 형사범죄의 7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모호하다 보니 검찰이 법규를 무리하게 확대해석해 기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순수한 경영상 판단의 잘못인지, 실제로 위법행위를 저지른 업무상 배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물론 형법상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배임죄가 이미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정착돼 사기죄나 횡령죄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배임죄를 폐지할 경우 사기죄나 횡령죄를 적용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기업인의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은 경영활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켜 기업과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배임죄 성립요건이 가장 광범위해 쉽게 배임죄로 기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독일의 경우 배임죄 주체를 재산보호인, 유언집행자, 토지측량인, 경매인, 화물운송업자 등 위탁받은 업무의 행위자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의도 등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적용범위가 확대된 ‘우편사기죄’가 배임죄 기능을 하지만 경영판단의 원칙을 존중해 기업인들이 억울한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불명확한 배임죄 구성요건을 보완하고 기업인의 배임죄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견해가 많다.

최 교수는 상법 3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에는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제622조(발기인, 이사 기타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 1항에 ‘경영판단 행위일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