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전투 한창인데 朴-김종인 ‘화해’ 불발… 단독회동 이견조율 실패

입력 2012-11-12 01:10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공약 핵심 사항으로 당내 갈등을 빚었던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제외하는 쪽으로) 공약이 결정돼서 조만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서 “기존 순환출자는 당시 합법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소급 적용의 문제가 있고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든다”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당분간 당무를 보이콧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선대위 회의 직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김 위원장과 1시간가량 직접 만나 설득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고, 김 위원장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도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가 갖춰진 상태에서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으면 신규 제한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중도층 공략에 유리하다는 논리도 폈다.

하지만 박 후보는 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없고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면 외국 자본의 인수·합병(M&A)에 맞서기 위해 제한된 의결권만큼 지분을 확보하느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적대적 M&A만 규제하는 별도 법안을 만들면 추가로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재벌 소유구조 재편을 주장한 반면 박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해 소유구조 개혁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행추위가 보고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원안 그대로 가야 한다”며 박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특히 ‘기존 순환출자 소유는 인정하되 의결권은 제한한다’는 대기업집단법(가칭) 문구,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 중요 경제범죄의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등 3가지는 절대 수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가 초안보다 상당히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