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다른 ‘초유의 이중수사’… 警, “수사 가로채기” 반발-檢, 내 머리 직접 깎겠다?
입력 2012-11-11 21:33
현직 검찰 간부의 비리 의혹 수사를 위해 꾸려진 김수창(50·사법연수원 19기) 특임검사팀이 11일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A검사의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미 수개월째 A검사를 추적해왔던 경찰은 ‘수사 방해’라고 반발하며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검찰과 경찰이 A검사 사건을 서로 수사하겠다고 싸우는 초유의 검·경 이중수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김 특임검사는 서울 서부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A검사의 자택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사무실, 유진그룹 본사 등 5∼6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이 꾸려진 지 불과 하루 만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 특임검사를 포함, 검사 10명과 수사관 15명 등 매머드급 수사팀을 편성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특임검사팀은 A검사 사무실에서 서류뭉치 4박스 분량과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특임검사팀은 압수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A검사 등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경찰이 이미 수사를 진행하는 사건인 만큼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수사강행 방침을 밝혔다. 김 청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찰이 이미 수사를 시작한 사건을 두고 검찰이 특임검사를 지명한 것은 개정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두 수사기관의 중복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등의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수사라인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하던 수사에 검찰이 들어왔고, 이중수사 상황을 만든 것은 검찰”이라며 “주요 참고인도 자기들이 먼저 불러 조사하고 경찰에는 나갈 필요 없다고 하는 등 우리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A검사를 강제 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A검사에게 오는 16일까지 출석하도록 통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검사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법 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특임검사는 이와 관련,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면 된다”며 “내가 수사를 해서 경찰이 수사할 필요가 없도록 끝장을 보겠다”고 말했다. 검·경이 충돌하면서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이 경찰과 검찰에 번갈아 불려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변호사 단체 관계자는 “내사든 수사든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게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특임검사를 임명해 경찰 수사를 가로채는 듯한 모양새는 여론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