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8대 당대회] 후진타오 업무 보고 ‘코드 레드’에 담긴 뜻은?
입력 2012-11-11 22:18
“코드 레드(紅色密碼)를 분석하라.”
중국 제18차 당대회(18대)의 개막을 알린 업무보고에 대해 중국 국내외 전문가들이 그 이면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18대 첫날의 보고 이후 현 지도부의 ‘공적설명서’라는 반응과 ‘자아비판’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속에서 차기 정권의 ‘과제 목록’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체제 비판 성향의 중문매체들을 중심으로 후진타오(胡錦濤)의 보고에서 유추해 보는 시진핑(習近平)의 집권 정책구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에 서버를 둔 화교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11일 ‘18대 보고 해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차기 정부가 “완고한 옛길을 버리고 새로운 행동 양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18대 개막 직후 “보고 목차까지 17대와 똑같아 다를 것이 없다”고 비난했던 둬웨이는 “내용이 모호하고 궁핍한 (중국의) 정치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일본 언론들의 분석까지 곁들이며 중국 정부가 가야 할 방향은 지극히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문 인터넷 매체 보쉰(博訊)도 11일 분석기사에서 중국의 미래를 언급할 때마다 ‘변혁(變革)’이라는 단어를 앞에 두며 ‘낡은 길(老路)’과 ‘사악한 길(邪路)’은 하나로 통한다고 규정지었다.
반체제 성향의 중문매체들은 당대회 보고 관련 논평에서도 “시진핑의 정책과제가 당 대회 보고문 행간마다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들은 ‘새로운 길’은 보편적인 공감대(또는 위기의식)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는 차기 지도자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주의적이며 체제비판 성향이 강했던 ‘빠링허우(80後·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에서 유행했던 “천명의 사람들의 눈에는 천 명의 햄릿이 있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와 함께 당대회 보고에 등장한 ‘정책에 대한 당의 결정권·집행권·감독권’ 언급에 대해서도 ‘삼권정립(三權鼎立)’과 ‘양원제’ 도입 등 정치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부각시켰다. 삼국지의 ‘천하삼분지계’에도 등장하는 ‘솥 정(鼎)’자를 차용한 ‘삼권정립’은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과 같은 개념으로 중국 정부는 권력분립을 통한 상호 견제를 서양식 체제라고 부정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