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사상 첫 ‘찾아가는 법원’
입력 2012-11-11 19:03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생업에 바빠 법정에 가기 힘든 소송 당사자들을 위해 재판부가 직접 현장을 찾기로 했다. 현장검증을 위해 사건현장을 찾는 일은 있었지만 해당지역에서 재판까지 진행하기는 64년 사법 사상 처음이다.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홍기태)는 11일 “고흥방조제 및 배수갑문 설치 후 어업피해를 입었다”며 10곳의 어촌계 대표 등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현장검증 및 재판을 사건지역인 전남 고흥군에서 오는 26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흥에서 직접 배를 타고 인근 바다를 둘러보는 식으로 현장검증을 하기로 했다. 방조제 배수갑문을 통한 담수 방류로 어장에 피해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광주지법 순천지원 고흥군법원에서 첫 재판을 열 예정이다.
거리가 멀어 소송대리인을 통해서만 재판부에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던 원고들은 주소지 인근 법정에서 담당 재판부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현장에서 재판을 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생생한 주장을 들을 수 있고,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고법 오용규 공보판사는 “‘찾아가는 법정’은 현장에서 직접 소통함으로써 재판의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유형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군은 1995년 길이 2.87㎞의 고흥만 방조제를 건설한 뒤 수위조절을 위해 수시로 배수갑문을 통해 담수를 배출했다. 이에 어민들은 “담수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누적으로 주변어장의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는 손해액의 70%인 7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어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