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검사 “검사가 경찰보다 낫다” 경찰 “검찰이 무슨 성역이냐”
입력 2012-11-11 23:04
현직 검찰 간부의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이 초유의 ‘이중수사’ 사태로 악화되고 있다. 검·경의 해묵은 수사권 갈등이 다시 폭발한 셈이다.
◇검찰, “경찰보다 법률 지식 낫다”=김수창 특임검사는 11일 간담회에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의사와 간호사에 비유했다. 김 특임검사는 이중수사 지적과 관련, “검사가 경찰보다 낫기 때문에 수사 지휘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특임검사는 “의사가 간호사를 지휘할 때 의사의 인격이 더 낫다는 게 아니라 의학 지식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사법시험을 뭐 하러 보고, 검사를 왜 뽑나”라고 말했다. 김 특임검사의 발언은 검찰이 검·경 수사권 다툼을 바라보는 검찰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경찰은 검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영장 청구와 긴급체포 등을 할 수 없다. 또 검찰이 경찰에 사건 송치 명령을 내리면 경찰은 이에 따라야 한다. A검사 역시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 식구’인 A검사를 더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검찰의 설명을 국민들이 믿어줄지는 의문이다.
◇경찰, ‘수사 방해’ 반발=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무시하고 A검사에 대한 소환 요구 및 강제구인, 체포영장 신청 등 적법한 경찰 수사는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검사 비리를 검찰이 가져가겠다는데, 검사가 무슨 성역이라도 되느냐”며 “검찰은 국민보다 검찰 조직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또 이중수사로 인한 사건 관계자들의 인권침해 측면도 부각시키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지휘 요구에 최대한 버텨야 한다”는 강경론이 지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가로채기하는 것이라는 점은 국민이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단 여론전에서 경찰이 우위를 선점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여론전에서 불리한 검찰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 문제는 향후 인권침해 등 문제가 없도록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수사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경찰에 A검사 사건을 특임검사에게 넘기라고 송치 지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잘해야’, 경찰 ‘밑져도 본전?’=대선 후보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검·경의 갈등은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로서는 부장검사의 비리 의혹이라는 사안 자체가 큰 부담이다. 특임검사팀도 이를 의식한 듯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이후 처음으로 A검사 사무실이 있는 검찰청사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굴욕적인 상황이다.
특임검사팀의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지면 그 결과는 검찰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고, 의혹이 남으면 부실 수사를 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벤처 여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경찰은 사건 주도권을 검찰에 빼앗기더라도 경찰 수사권의 한계를 부각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검·경은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충돌했다. 올 9월 말 검찰이 국내 최대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에 대한 수사를 하며 비리의혹 경찰관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지난 3월에는 경남 밀양경찰서 소속 경위가 수사지휘 검사를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번엔 경찰이 현직 검사를 수뢰 혐의로 수사 중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