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교사역 토마스 시부 목사] “예수 믿으면 배반자 낙인… 목사끼리도 모른척”

입력 2012-11-11 18:22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 아샤딥에는 전체 인구 18만여명 가운데 개신교 목사가 단 3명뿐이다. 십자가를 당당히 내건 예배당은 찾아볼 수 없다. 수십명에 불과한 교인들은 동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목사 사택에 조용히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처럼 믿음이 척박한 땅에서 복음 전파에 헌신하고 있는 인도인 목사를 지난 1일 만났다.

토마스 시부(41) 목사는 이날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모니터링단(한국 목사 5명 포함)을 아샤딥의 자택으로 초청했다. 현관에는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라는 야베스의 기도(역대상 4:10)가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시부 목사에 따르면 인도 남·북부는 포교가 비교적 자유롭지만 중부 내륙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 차원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는 것은 아니지만 힌두교의 지역사회 지배력이 워낙 강고해 공공장소에서 여럿이 기도를 한다거나 선교를 위한 집회를 여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고 한다.

이곳 3명의 목사들이 복음을 전하는 방식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먼저 목사들이 모여 그날 선교 계획을 의논한 뒤 따로따로 목표 지역으로 가서 안면을 익힌 주민들에게 말씀을 전한다. 그러다 목사들끼리 마주치면 서로 모르는 사이인 척한다. 힌두교 이외의 종교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반감이 크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다.

시부 목사는 “누군가가 기독교를 믿으면 동네 사람들은 그 사람이 불순한 이유로 전통과 뿌리를 저버리고 나쁜 쪽으로 전향했다고 여긴다”면서 “이런 공동체의 시선 때문에 선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부 목사는 10대 때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호흡기 질환을 앓던 그는 하나님께 “병을 낫게 해주신다면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살겠다”고 했고 2년 만에 완치됐다. 하지만 그는 소명을 따르지 않고 뉴델리 공항 직원으로 살다가 결혼 후 첫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소명을 떠올렸다. 2001년 아내와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플리머스 형제회 소속 교회의 전도사가 됐다. 이후 훈련과정을 거쳐 고향인 아샤딥으로 파송됐다.

시부 목사는 선교와 지역개발을 연계시키는 데 관심이 많아 월드비전 아샤딥 사업장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마을 2곳에서 영양실조 어린이 135명에게 영양죽을 공급하는 일을 월드비전과 함께 진행했다. 시부 목사는 “모든 마을에 교회를 세워 인도를 ‘그리스도인의 땅’으로 만들어가면서 고아원, 양로원, 청소년 캠프 등으로 지역개발을 이루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를 배우고 싶어 했다. 그의 집을 방문한 한국 목사 5명이 소속 교단(예장 대신)에 대해 “2200개 교회와 46만여 교인들이 참여한다”고 설명하자 시부 목사는 깜짝 놀라며 “그렇게 성장시키는 비결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아샤딥(인도)=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