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지구 위 나무 꽃 호수 그 속에 담긴 꿈… 캐서린 넬슨 한국 개인전 ‘Other Worlds’
입력 2012-11-11 17:55
호주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 사진작가 캐서린 넬슨(42)은 영국의 유명한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주목하는 작가다.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피카소, 고흐의 작품과 함께 넬슨의 사진을 나란히 전시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는 ‘주목할 만한 작가’ 8명 가운데 1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세계 미술계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그의 한국 개인전이 ‘Other Worlds(다른 세계들)’라는 타이틀로 서울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12월 4일까지 열린다. 넬슨은 갤러리나우(관장 이순심)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사진 공모전의 올해 수상 작가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지구촌 곳곳의 풍경을 채집해 화면에 붙이고 붓질까지 곁들인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지난 주말 전시장에서 만난 넬슨은 “한국 방문은 처음인데, 인사동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전시장 분위기가 좋고 작품이 돋보이도록 잘 설치됐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호주의 영화사에서 디자인 스태프로 일하다 2008년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는 “연일 계속되는 촬영에 지쳐갈 때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사진에 매료돼 직업을 바꿨다”고 밝혔다.
동그란 지구 모양의 화면에 나무 꽃 새 호수 등을 배치하고, 물에 비치는 그림자는 물감으로 붓질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그의 작품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두세 달 정도 걸린다. 힘든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는 ‘테크놀로지로 그린 그림’ ‘카메라로 붓질한 진화된 풍경화’라고 정의했다.
루마니아 다뉴브강을 여행하며 작업한 ‘다뉴브’ 시리즈는 수많은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 속에는 원시림 같은 숲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들의 지저귐이 있으며, 감성적인 노래와 시가 있다. 특히 풍경 가운데 놓인 파릇파릇한 수초(水草)는 어렵게 살아가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식량 대신 뜯어먹는 식물로, 고난의 역사를 상징한다.
벨기에의 어느 호숫가에 피어 있는 꽃들을 채집한 ‘봄꽃’은 웅혼한 기운을 뿜어내는 신비스런 거울 같다. 태초의 모습이 이랬을까. 순수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자연이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탈리아 엘바 섬을 소재로 한 작품은 바닷물에 잠겨 있는 돌들이 세월의 흐름과 삶의 순환을 대변하고 있다.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광활한 우주 같은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환경문제라든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저는 그냥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관람객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든 그건 자유입니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창덕궁과 북한산 등을 둘러보고 작품 소재로 캐스팅할 계획이라는 그의 차기작이 벌써 궁금해진다(02-725-2930).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