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초대교장 한비야] “세계시민의식 10년 안에 뿌리내릴 것”

입력 2012-11-11 20:20


“5000만 국민을 세계시민학교 학생으로 만드는 것이 제 꿈인데 이번 협약식으로 제 꿈에 한 발 다가서게 됐습니다. 두고 보세요. 앞으로 10년 안에 전 국민의 마음에 세계시민의식이 뿌리 내릴 것입니다.”

지난 8월 남수단으로 떠났던 한비야(54)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초대교장이 잠시 한국에 왔다. 지난 6일 열린 월드비전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협약식은 그가 남수단의 바쁜 일정을 미뤄둔 채 달려올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협약식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월드비전의 세계시민교육이 공교육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 이번 협약식은 한국 교육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장은 또 “지구촌 어디선가 물 부족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물을 아낄 줄 아는 것이 바로 세계시민의식”이라며 세계시민의식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세상 사람들을 공동 운명체이자 친구라고 여기며 세계가 직면한 절대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입니다. 공교육 안에서 세계시민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은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앞으로 멋진 젊은이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세계시민의식으로 무장한 한국의 청소년들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들을 위한 세계시민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꿔왔다. 2006년 초 당시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으로 일하던 그는 세계시민교육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광고에 출연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광고출연료 1억원을 마중물로 2007년에 월드비전이 전국의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시민학교를 시작했다. 그동안 30만명이 세계시민교육을 받았다. 세계시민학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3박4일간 진행되는 야영장 체험 프로그램이다. 한 교장은 지난해 12월 임기 3년의 세계시민학교 초대교장에 취임했다.

이번 교과부와 업무협약을 통해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청소년은 물론 일선 교사, 학부모,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대된다. 매년 17만명 교육을 목표로 두고 있다. 월드비전과 교과부는 세계시민교육 외에 교재 발간, 교육기부 매니저 양성(연 800명), NGO 단체 진로교육(연 1만명), 교원 연수(연 260명) 등을 실시한다.

한 교장은 강연이나 인터뷰를 접하고 ‘당신의 일을 돕겠다’고 약속했던 많은 사람들이 다음 날 말을 바꾸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고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기부를 이끌어 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일회성으로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교육을 통해 약자를 돌보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기쁜 삶인지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한 교장은 협약식 다음 날 밤 남수단으로 떠났다. 남수단에서 그의 직함은 월드비전 긴급구호 총책임자. 지난 8월 떠날 때만 해도 남수단에서 긴급구호 활동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주 임무였다. 하지만 가서 보니 총책임자 자리가 공석이었다. 전체 일을 보며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 같아 기꺼이 수락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적지 않다.

“원주민 딩카족에게 붙잡혀 간담이 서늘해진 적도 있었고, 보트를 타고 나일 강변의 현장에 갈 때 악어와 하마 떼들이 출몰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보트를 탐내는 무장한 반군들이죠.”

그는 내년 2월까지 남수단에 머물며 학교 건립, 질병예방, 식량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